한 달, 그리고 올 해의 3/4 지점을 지나는 시점에 잠시 뒤를 돌아본다. 2024년 1월 1일이 되면서 정말 즉흥적으로 365일 매일 쓰기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255편의 글을 발행했는데 솔직히 어느 순간 주말까지 매일 쓰던 것은 멈췄다.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있었지만 주말엔 좀 더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엔 멈추는 게 조금은 찝찝했고 마음 한 편 '실패'라는 생각이 자꾸 올라왔는데, 이내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매일' 쉬지 않고 쓰는 게 아니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니까.
삶을 돌아볼 땐 대체로 남겨진 후회의 쓴맛을 느낄 때가 많았다. 게으름과 두려움으로 한없이 미루고 망설이며 주춤거렸던 시간들은 마치 시멘트가 다 마르기도 전에 남겨진 발자국과 같아서 너무나 또렷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1년 전과 그리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오늘이 남겨진 3개월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르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1년 전 오늘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 방 한쪽 벽에는 올 해의 목표를 적어놓은 곳이 있다. 거기에는 '책 출간하기, 인스타그램 팔로우 1만 달성, 월 1000만 원 소득 시스템 만들기, 건강한 생활 습관 관리' 등 나름의 야심 찬 계획이 쓰여있다. 지금에야 깨닫는 건데 어차피 이루지 못할 목표였다는 것이다. 왜냐면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소리는 이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더불어 무엇을 위해 이것들을 달성하고 싶은지 목적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 목표가 전혀 부질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깨달은 가장 큰 문제는 목적지가 없이 과정만 계획한 셈이었다는 것이었다. 마치 부산에 가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겠다는 게 아니라 일단 많은 사람들이 경부고속도로를 타니까 또는 경부고속도로가 익숙하니까 일단 경부고속도로를 타겠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는데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생각해 보겠다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지난 시간을 정리해 보며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보다 두 걸음 앞서 가고 있는, 최근 나의 롤모델이 된 분의 지난 시간을 복기해 보았다. 2년 간 옆에서 본 것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관심 분야에 대해 책을 20권 이상 본다. (자청의 역행자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2) 쌓인 지식을 먼저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해 본다.
3) 셀프 피드백을 통해 실행을 수정해 나간다.
4) 소셜 미디어에 과정을 꾸준히 공유한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5) 주변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6)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을 도와준다. (타인의 문제 해결)
7) 이 과정 중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명하게 그린다.
8) 로드맵을 짜고 이제부터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집중한다. (원씽)
9) 멈추지 않고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수익화를 시작한다.
10) 원하는 삶으로 향하는 과정 중에 이미 월급 보다 3배 이상의 수익을 달성한다.
11)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고가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낸다. (현재)
이 분의 여정도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본인의 간증에 의하면 수익화를 시작하고 금방 월 천만 원의 수익을 달성할 것처럼 보여 소위 어깨에 뽕이 들어갔었는데 그 순간의 경로 이탈로 인해 나락으로 갔다고 했다. 이를 통해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이것이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삶 > 현재좌표 > 로드맵 > 실행'
즉, 원하는 삶을 분명하게 그리고 나면 현재 지점에서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지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다음에 남은 건 군더더기를 제거한 실행뿐이라는 것이다.
아마 제자리에서 계속 맴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참 헤맬 땐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앞서 가는 사람의 삶을 분석해 보니 굵직한 줄기는 의외로 간단했음을 깨닫는다.
앞으로 남은 3개월. 짧다면 짧지만 충분하다면 또 충분한 시간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밀도 있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는 10월 한 달간 3가지에 집중해 볼 계획 인다.
첫째,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둘째, 현재 좌표를 찍고 로드맵을 그린다.
셋째, 관련 분야의 책 20권 읽기를 시작한다.
퇴사한 지 어느덧 3년이 꽉 찼다. 당초 목표했던 삶은 지금도 이뤄진 게 없다. 실망감과 조급함,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보낸 날들도 여러 날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나의 지반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나에게만 지겹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속에 빠져 지냈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과연 얼마나 높이 뻗어 올라가려고 뿌리를 깊게 내리는가 싶다.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오히려 기대감이 높아졌다.
삶은 믿고 기대하는 자에게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믿음과 기대감의 불이 꺼지지 않으려면 계속 타오를 수 있도록 생각의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겐 글을 쓰는 것이다. 앞으로의 여정도 글쓰기와 함께 할 것이다. 이토록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와 함께 말이다.
*몹쓸 글쓰기 8기를 모집 중이어서 안내드립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로!) (마감되었습니다!)
- 몹쓸 글쓰기는 한 달 중 20일 동안 글을 쓰는 모임입니다.
- 엄선된 글감이 제공되며 참여하는 작가님들 간 깊은 소통이 있는 모임입니다.
- 나 자신을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