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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06. 2022

시간 참 빠르게 흐른다.

- '어' 하는 사이에 어쩌다 보니 40대가 돼버렸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40대는 두 번째 스무 살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두 번째 '스무 살'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몸도 마음도 그때와 같음 얼마나 좋을까. 40대는 그냥 40대인걸. 그렇다고 두 번째 스무 살이 영 듣기 싫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마음가짐도 사뭇 달라지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은 두 번째 스무 살이 되면서 진짜 20대를 살고 있는 기분이다. 몸이 그렇다는 건 전혀 아니고 그 시절에 고민하고 부딪혀야 했을 인생의 성장기를 40대가 되어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때는 나 진짜 열심히 산다고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아주 발악을 하고 있구나 하며 안타깝기도 하다. 대체로 45:45의 비율로 대견스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나머지 10은 두려움이다.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이 가장 두렵게 다가온다. '어'하는 사이에 인생 40년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생년월일 입력창은 스크롤을 많이 내려야 되는 시기가 왔다.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인생 속도가 정말 빨라지고 있다. 


육아와 자기 계발의 줄다리기 속에 무엇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살다 보면 10년 사용한 노트북 배터리처럼 엄청난 속도로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사랑과 더불어 체력을 먹으며 자라는가 보다 싶다. 회사를 안 다니고 있으니 시간이 참 많을 것 같지만 육아 출근이라는 출구 없는 삶이 시작되니 시간은 턱 없이 모자란다.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스무 살부터 마흔 살 까지 20년의 긴 시간은 다 흘려보내고 이제야 성장 욕구가 극대화되어 왜 이러고 사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선택과 집중도 빨라졌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어차피 다 할 수 없는 것이 지금 내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지금은 부풀어 오른 마음에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덜어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 해낼 줄 알았지만 욕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어찌어찌 성공했다 해도 계속 꾸준히 이어가기에는 이미 첫날 태워버린 에너지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아닌 것은 아닌 거라는 내려놓음의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돌아보니 2021년 5월부터 지금까지 나름 불태우며 살아온 것 같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디자인도 배우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보고, 각종 콘텐츠들도 소비하면서 성장욕구를 부단히 살찌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어찌 되었든 살아갈 궁리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아직도 인풋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는 아웃풋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쯤에서 올 해의 목표를 다시 한번 들춰 보았다. '나 올해 뭐 하고 싶었지?' 차분하게 목표를 곱씹어보면서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몰입해본다. 무엇을 쳐내야 하고 어떤 마음들을 뒤로 미뤄야 하는지 조용히 고민해본다. 


내려놓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것도 있다. 꾸준히 해온 모임은 더더욱 멈춰 서기가 망설여진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에게 냉정해져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무엇이 지금 나에게 가장 효용이 높은 선택일까. 무엇이 제한된 체력과 시간의 환경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일까. 나는 왜 그것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듯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의 이유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자 함이다.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혹여라도 나를 통제하는 장치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또다시 한 없는 게으름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은 사람이 언제까지 어린아이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장했으면 이제 자생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통제력도 자꾸 해봐야 늘어나기 마련이다. 나만의 길을 찾겠다고 안전지대를 박차고 사지로 나왔으니 이제 나 자신에 대한 관대함은 잠시 내려놓자. '나는 오늘이 가장 젊을 때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았던 적이 있었던가. 하루라도 젊을 때 한 발이라도 더 내디뎌야 한다. 


정말 시간은 '어'하는 사이에 또다시 10년 훌쩍 가버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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