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Nov 26. 2024

한 주간 어떤 자랑거리가 있으신가요?

'자랑거리라...' '딱히 자랑할 게 있나?' 코치님을 만나면 근황을 물으며 꼭 이 질문을 건넨다. 다른 질문들도 답하기가 쉬운 건 아닌데 이 질문만큼은 유독 답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자랑거리'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연상은 뭔가 업적을 세운 상태다. 어떤 분야에 입상했다던가, 시험을 봤는데 괄목할 만큼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던가,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 하나가 크게 터지는 대박을 경험했다던가, 아니면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다던가. 이 정도 급의 경험을 해야 자랑거리가 생기는 거라 믿고 있는 나에게 매주 같은 질문은 곤욕스러움을 자아낸다.


코칭을 받으며 나에게 '자랑'이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의식 속에 나는 나를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입증할 수 있는 역할을 해냈을 때에야 비로소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나의 무의식은 나를 이런 수식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나는 존재 자체로는 쓸모가 있지 않은 사람.'


충격이었다. 내가 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니!


코치님이 제시한 설루션은 '나는 존재 자체로는 쓸모없는 사람 = 거짓말!'이라고 하루에 10번씩 쓰라는 것이었다. 고백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거울 앞에서 나에게 이야기했다. '너의 그 생각은 거짓말이야!' 메서드급의 연기를 보이며, 거울 속의 나에게 삿대질과 다양한 표정을 아끼지 않으며 이야기해 줬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우선 더 이상 존재 자체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런 생각을 왜 하고 살았나 싶다. 이럴 때 보면 사람이 참 간사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저런 마음을 무의식 속에 품고 살았던 사람이 지금은 왜 그랬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랑거리의 기준을 낮추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그래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소셜 미디어에 같은 질문을 올렸더니 몇몇 지인들이 답을 달아주었다.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해 보면 이렇다. 


- 꾸준히 1일 1 스레드 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점.
- 상세페이지 이미지 만드는 걸 기꺼이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 그전엔 안 했던 일, 미뤘던 일을 이번주에 해낸 것을 자랑할 것 같아요.
- '마음의 시력'이라는 멋진 표현을 할 수 있는 알레 님의 필력이 자랑거리죠.


마지막 문장은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 가져왔다. 써놓고 보니 자랑거리라는 게 참 별 것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보면 그 안에 자랑거리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한 가지 느낀 건 '자랑거리'와 '감사한 일'을 조금 혼동하고 있기도 하다는 부분이었다. 만약 나의 경우라면 위의 예시 중 두 번째 부분은 '감사한 일'로 기록할 것 같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얻게 된 가장 좋은 점은 자랑거리에 대한 기준을 일상 수준으로 낮춰 보게 된 것이고 덕분에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매일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소셜 미디어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만큼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이고 꾸준한 사람이라는 자랑거리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고 소통을 통해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있었다. 오늘 한 가지 더 발견한 건 긴 머리를 가진 것도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근데 무엇보다 지금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건 나는 계속 성장을 위해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자랑거리에 대한 질문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고 살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성과주의 마인드에 너무 오래 젖어 살았음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오늘의 깨달음은 앞으로의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존재 자체로 자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깊이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 힘이 앞으로 부딪힐 수많은 시련들 앞에서도 굳건히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의 근간이 되어주리라 또한 믿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된 건 '자랑거리'를 발견하는 시간은 곧 나의 구석구석을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행위의 결과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건 결국 그만큼 나를 사랑해야만 가능한 것이니까.


독자님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건네어보고 싶다. '독자님에게 이번 한 주간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스스로 어떤 답을 하게 될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