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감정은 내가 아니라 소유물이라는 것이요."
코칭 중에 들은 말이다. '감정이 나의 소유물이라니.'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감정의 높낮이가 심한 나로서는 뭔가 감정의 덫에서 벗어날 황금열쇠를 획득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꽤 감정적인 사람이다. 하루의 컨디션을 감정이 좌우할 때가 많다. 그래도 한동안은 적정선을 유지했던 것 같은데, 연말이 되면서 점점 내리막길로 향하는 중이다. 최선을 다해 제동장치를 걸어보지만 요란한 불꽃만 일어날 뿐 멈춰 서진 않는다.
불안감을 소유하고 싶지 않은데 마치 원래 내 몸의 일부인 듯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요즘 생활이 많이 느슨해졌나 보다.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정치판에 별안간 일어난 화산 폭발 같은 일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살았더니 여과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이 찌꺼기처럼 남아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가장 경계하는 게 관성이다. 어떤 행위든 단발성일 때야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복되기 시작하면 관성이 생기고 관성은 곧 습관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버린다. 요 며칠간 부정적 자극이 반복되며 부정적 감정을 일으켰고 그것이 지속되어 관성이 된 듯하다.
아, 물론 여기에 계절도 한몫한다. 옴짝달싹 하기 싫은 겨울의 유일한 욕구는 따뜻한 집 안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드라마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오호,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이건가?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살고 겨울엔 동면기에 접어들 수 있는 삶.
바람 불고 눈마저 내리는 겨울이면 더 깊은 동굴로 기어 들어가고 싶다. 하필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거울 앞에 선 나에게 말을 건네 본다. 약해지지 않으려고 이런 말을 건네 보지만 굳이 이런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사실 이미 약해졌단 소리다. 요즘 또다시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둥둥 떠다닌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 정말 누구의 말처럼 지나치게 성찰을 하고 사는 게 문제이려나?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생각이 많아질 땐 행동이 답이다. 어떤 행동부터 시작해 볼까? 일단 덜어내야겠다. 우선 집에서 들고 나온 다이어리에 잡념을 쏟아냈다. 쓰레기통에 버리듯 잡념을 구겨 버렸다. 그다음은? 지금 고민한다고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붙들려 있지 말고 오늘 해야 할 일부터 하나씩 하자.
코칭 숙제부터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까지 전자책 마지막 초고를 마무리해 볼 생각이다. 저녁시간은 아이와의 시간이니 아이에게 충실하기로 하고, 남은 문제는 그다음에 다시 해답 찾기를 시작해 보자. 단, 잠은 평소보다 일찍 잘 것! 이 정도면 일단 적정선에서 제동장치가 작동할 것 같다.
마음이 약해지는 이유는 매번 동일하다. 그리고 어차피 3년간 찾지 못한 답이 오늘 하루 안달복달한다고 '자, 이제 내가 등장할 때가 됐군. 뿅!'하고 튀어나올 리도 없다. 같은 이유로 마음이 약해질 땐 해법도 동일하다. 그저 나는 매일 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그러니 결국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삶을 재정비하는 것. 그것이 전부라는 것을 지난 3년의 시간을 통해 배웠다.
답답해도 별 수 있나. 이 판에서 길을 찾겠다고 뛰어들었으면 길을 찾아야지. 다시 허리 펴고, 심호흡하고, 성찰 그만하고 행동하자.
그래도 그간 약해질 만큼 약해져 본 덕분에 회복도 나름 빨라졌다. 이 정도면 3년의 시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약해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