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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16. 2022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 매일 전쟁 같은 나의 내면에 평화가 있기를.

새벽 2시. 여전히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새벽 시간을 깨우는 것이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 여전히 밤 시간을 부여잡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흘려보낸 하루를 채울 수 없어 하루를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나를 책임지는 삶을 살다 보니 시간이 간절해진다.






몸에서는 점점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누적되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제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까지 한몫 더하니 요즘 피부 상태가 가관이다. 이 정도까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


육아가 이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큰 일인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솔직히 난 정말 잘 해낼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음을 다시 고백한다.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다.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것도 당연하다.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전쟁의 흔적이 하나 둘 나타나는 것이다. 


아빠가 된다는 것이, 누군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선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혼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 있었다.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는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고 후자는 말 그대로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통적인 역할로는 바깥양반은 돈을 벌고 안 사람은 가정을 돌보았다. 그러나 바깥양반은 집에 안 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살다 보니 나는 내 몫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런데 '육아'라는 새로운 영역이 추가되니 스케일이 정말 달라졌다. 


아들 녀석은 자라면서 점점 힘이 세진다. 엄마가 감당하기에 조금씩 버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빠가 나설 차례다. 그런데 아빠의 머릿속 시계는 계속 째깍째깍 초침을 돌리며 육아, 자기 계발, 콘텐츠 기획, 1인 사업, 인디 워커, 돈벌이 등 수많은 단어들이 뒤 섞인다. 점점 정신적으로 지쳐간다. 그리고 체력도 소진됨을 느끼게 된다. 이러지 말아야 하면서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분위기 파악 1도 안 해주는 아들 녀석은 계속 고집을 피운다. 아빠는 속에서 참을 인자를 100개 써보지만 결국 분위기를 눈치챈 엄마가 나서 진정시킨다. 


잠시 방에 들어가 내면의 평화를 찾고 나오면 아이는 그저 좋다고 또 파닥파닥 거린다. 여담이지만 흥분해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활어 같아 보일 때가 많다. 


하루를 정리할 때가 되면 이런 나 자신을 반성한다. 감당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안타깝기만 하다. 육아를 하는 아빠로서의 나와 경제활동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나 사이에는 늘 끝나지 않는 갈등이 있다. 그런 나를 이해하는 아내는 나의 눈치를 보고, 그렇다고 빤히 집에 있으면서 아내에게 육아를 맡기고 방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도 미안한 나는 결국 아내의 눈치를 본다. 


 




갈등은 늘 존재한다. 내면의 갈등은 더더욱 그렇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역할과 책임이 늘어나면 그 갈등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래서 잘 풀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놓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하나의 지혜인 것 같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 방법 중 하나이다. 불과 얼마 전에 가볍게 쓰는 글의 함정에 대해 적어 놓고 지금 아주 가볍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기분을 풀어내기 위한 글은 가볍게 쓰는 것이 답이다. 이 상황에 앉아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면 그냥 노트북을 덮고 방에 자러 들어갔을 것이다. 응어리진 가슴을 풀지 못한 채 말이다. 


다시 고백하지만 정말 여러 가지 역할들의 경계를 잘 세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매일 갈등하게 된다. 그럴 때면 늘 나에게 근본적인 목적을 되묻게 된다. 


왜,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하니?

왜,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려고 하니?

왜,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하니?

왜,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고 하니?

왜, 시간이 필요하니?

왜왜왜...?


언제나 머릿속에는 이상적인 하루를 그리지만 현실은 거의 정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적 갈등이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등은 선택의 목적을 다시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성격 자체가 뾰족하게 만드는 것과 거리가 멀다 보니 방향도 없이 길을 나서는 경우가 참 많다. 


지금의 갈등은 어쩌면 시기적절한 숙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진짜 나 답게 살기 위해, 또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답을 달아야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선택할 것은 그저 잘 풀어내는 것이다.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잘 풀어내는 것이다. 


어쩐지 그 처음은 새벽을 여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마치고 또 하루를 여는 습관부터 바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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