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 작가가 이야기하는 현실조언
https://brunch.co.kr/brunchbook/resignation40
역주행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작년에 발행한 나의 브런치 북, '마흔 살에 퇴사합니다'가 다시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일 조회수가 꾸준히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아무렴 글 쓰는 사람이 조회수 잘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동시에 드는 생각은 브런치는 참 꾸준히 나를 퇴사 작가로 브랜딩 해주고 있구나 싶다. 그래서 조금은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글을 적어 보려 한다. 남들보다 늦게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또 안정기에 접어들 40대에 퇴사를 감행한 사람으로서 20대를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굳이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내가 20대의 나를 마주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은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흔히들 40대는 안정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시기에 나는 나에게 직장 생활에 대한 안식년을 선물해 주었다. 진짜 나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컸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1인 사업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쉽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고민 끝에 발견한 이유는 '경험의 부족'이었다. 나는 이것을 '경험 자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달하는 사람의 자격여부가 중요해진다. 최근들어 다시 나의 퇴사 이야기가 회자될 수 있는 것은 독자들이 퇴사 작가로서 나의 자격을 조금은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흔 살에 퇴사합니다'는 내가 직접 경험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쓰인 브런치 북인만큼 스토리에는 보다 생동감 있는 전달력이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독자 분들은 그것을 공감해주신다. 그만큼 실제적인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된다.
20대는 그 어느 때보다 경험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의 계획을 짜고 실행해 옮기는 경험을 쌓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만큼 스펙 쌓기로만 시간을 함몰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여건이 된다면야 해외여행부터 다양한 사회적 경험들을 쌓으면 좋겠지만 일단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힘들어도 잘 견뎌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왜 굳이 20대에는 조금 더 견뎌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직장생활은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다지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매 달 입금되는 월급은 크든 작든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면 훗날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작은 돈이라도 내가 나에게 재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것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대인관계 경험치가 쌓인다는 것이다. 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정말 좋은 사람도 있고 누가 봐도 빌런 같은 사람도 있다. 퇴사의 가장 주요 이유가 인간관계라고 할 만큼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다. 직장은 한 번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만큼 대인관계의 경험치를 단기간에 축적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셀프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관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 외로 겸손하기도 하다. 실무 경험은 나의 현재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또한 실무 경력만큼 나의 능력에 대해 사회적 증거로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쉽게 생각해보자.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하여 성장한 디자이너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디자인 회사의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있다면 우선 관심이 더 가는 것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만큼 커리어는 사회적 증거로 의미가 크다.
네 번째는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엉망이면 엉망인 데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이왕이면 좋은 시스템을 배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의 마지막 회사는 엉망인 케이스였다. 무엇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의 경영을 하는 회사였다. 그 덕분에 작은 조직일수록 유연함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약속된 틀이 없는 유연함은 책임 있는 자유가 아닌 방종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네 가지 이유를 정리해보았는데 요약하자면 직장 생활은 경험 자산을 가장 밀도 있게 쌓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간단한 문서의 양식을 만드는 것도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견디지 말아야 하는 직장도 있기 마련이다. 짧게 이야기해보자면, 책임전가의 문화가 만연한 곳이라든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곳, 리더십의 부재, 업종에 비전이 없을 때, 그리고 나 자신의 자존감을 심하게 건드리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냥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떠나는 것이 좋다.
직장에 대한 경험은 저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누구의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글 역시 그저 나의 경험과 인생의 경험을 버무려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내가 퇴사했던 직장들에도 분명 그곳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끝까지 해내는 고민의 시간이 도전이 되고 늘 즐겁다고 이야기해주신 상사도 있었다. 그분은 누가 봐도 일잘러중에 일잘러였다.
직장에 항상 빌런들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누가 되었든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나 업무의 사례가 있다면 최대한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왕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기로 했다면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경험이든 잘 기록해 두길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순간의 기록들이 훗날 가장 좋은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