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일을 할 때 설레나요?

by 알레

설레는 감정으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기사, '일'이라는 게 재밌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본 적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받아들여본 적도 없었으니 잘 떠오르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하겠다. '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업무'가 가장 먼저 연상되는 걸 보니 '일'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번엔 의미의 범위를 더 넓혀서 다시 생각을 해봤다. 업무를 넘어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모든 행동을 다 포함해 보니 몇 가지 경험이 떠오른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경험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고등학생 시절, 아니 중학생 시절이 더 먼저였을까. 어떤 단체의 캠프를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장기자랑을 준비한다고 친한 사람들하고 H.O.T의 춤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무척 신나고 설렜다. 아마 가요톱텐이었을 것 같은데, TV에 H.O.T가 나오면 비디오로 녹화하고 동시에 캠코더로 화면을 녹화했다. 연습할 장소가 따로 없었으니 캠코더를 들고 아파트 단지의 공터에 모여 그 조그만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안무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건 고등학생 시절이다. 이번엔 교회에서 청소년 연합 집회를 준비했던 기억이다. 참가자가 거의 200명에 달할 만큼 규모가 있던 행사라 준비만 몇 달을 했다. 연습 때마다 최선을 다해 야자를 빼고 참여했다. 정말 한 밤중까지 연습을 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대학생 때도 학과 내 스페인어 원어 노래 학회(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다양한 교내 행사는 물론 외부 공연도 여럿 다녔다. 역시 준비하는 시간 동안 지칠 줄 몰랐다. 그만큼 재밌었고 또 잘하고 싶어 연습 이후에 혼자 별도 연습도 할 만큼 몰입했다.


안타깝지만 이후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로는 이런 기회가 거의 없었다. 뭐 솔직히 있었다 해도 굳이 참여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땐 대학원 진학으로, 이후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생각으로 더 이상 설레는 일에 마음을 두지 않았으니까.


얼마 만에 다시 느껴보는 설렘인지 모르겠다. 나는 요즘 친한 지인과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만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나다운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함께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도 기획하고 있고 제주에서의 오프 모임도 기획 중이다. 돈을 목적으로 한 모임이 아닌 정말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모임, 우리가 우리 다울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것에 마음이 통해 시작했다.


최근에는 ai 툴을 가지고 우리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었다. 무료로 주어지는 크레디트를 가지고 몇 곡을 만들어 보다가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유료 결제를 했다. 물론 할인코드를 구해서 첫 달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좀 전까지 음악 작업을 하다가 시간을 보고 깜짝 놀라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Chat GPT와 병행하며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맘에 드는 곡을 만들었다.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혼자 신이 나있는 상태다.


작업한 결과물을 우선 지인에게 공유했다. 들어보더니 역시 반응이 아주 만족스럽다.

'하아, 대체 이 재밌는걸 내가 왜 이제 시작했을까?'


오늘 난 한 가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할 때 가장 설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프로듀싱이 아니기에 마냥 재밌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것보다 더 몰입도가 높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법을 찾고 있는 걸 보면서 확신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걸 발견한 기분이다. 벌써 앞으로 어떤 스토리 라인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볼까 생각하면서 또 설레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설레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몰입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