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설레는 시간을 쌓기

by 알레

한 동안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보였던 적이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직장'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명분을 찾고 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도 퇴사한 지 4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퇴사'는 여전히 마음에 품고만 살아가는 네버랜드 같은 존재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 지금의 나도 그 '현실'이 4 자릿수가 아닌 100자리, 아니 1000자리 수의 조합으로 이뤄진 자물쇠로 잠겨있는 문 같아 보이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단지 내가 그 판에서 다른 판으로 벗어나 살아가고 있는 용기에 - 엄밀히 말하면 객기였다 - 감탄을 마지않는다.


뭐 아직 눈에 보일만한 성과를 이룬 건 없지만 적어도 나는 두 개의 세계를 모두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세상엔 참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 직장에서 받던 월급 수준에서 몇 배 이상의 소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그중에 소수일 것이다. 소위 말해 덕업일치로 경제적 안정의 자리까지 가기란 참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지향하는 삶이 덕업일치의 삶이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좋아하는 일도 결국 잘하는 일이 되면 일로서 다가오는 부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그때부턴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꽤 설득력 있었다. 대체로 '좋아하는'의 범주에 속하는 건 '취미'영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잘하는'에 해당하는 '일'로 의미가 달라질 경우 좋아하지 않은 일들도 해야만 하는 게 자연스러운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깊이를 더해가는 걸 원하는 이유는 최소한 그 안에는 설렘의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더 그런 부분이 크게 작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근 계속 '설렘 포인트'를 찾고 있다. 나의 행동과 경험을 잘게 쪼개어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어떤 포인트가 나를 설레게 만드는 부분일지 유심히 살펴본다. 어제는 '음악'이라는 요소를 발견했다면 오늘은 '진정성'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진정성'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중에 확연한 건 표정과 행동이다.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가식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면이 없다. 가령 얼굴에 짓는 미소도 연습하여 나온 숙련된 전문가의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패턴이 조급함과 수동적인 태도가 돼버리면서 점점 더 설레는 일이 줄어들었다. 무엇을 하든 진정성도 사그라들었다. 그저 오늘 하루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 내일이 오는 시간의 흐름 속에 방랑했던 시간이 길었다. 방랑을 멈추고 나다운 삶을 향한 방황의 시간이 시작되니 감춰져 잊고 지낸 것들이 하나 둘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제야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멜로무비’에 고겸(최우식 배우 분)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단역배우 시절에도 일이 있고 없고 와 상관없이 촬영장을 찾는다. 특유의 넉살로 감독님을 비롯하여 스테프들과 친해져 모두 그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진짜 좋아한다면, 저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무엇에 진심이며 그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가? 오늘 이 질문이 나에게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