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왕초보 경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기로 했다. 3주 과정으로 운영되는 모임인데 지인이 운영하는 모임이다. 지금까지 경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볼 생각을 딱히 해 본 적은 없다. 문득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참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돈? 그거 뭐 어떻게 되겠지. 설마 산 입에 풀 칠 하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나 자신이 참 '대-단 허다'.
오늘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나의 글쓰기 모임도 그렇고 대부분의 모임의 첫날엔 다짐을 기록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글 속에 여러 차례 담아내긴 했으니 아는 사람은 이미 알 거라 생각하는데, 나에게 '돈 문제'는 점점 삶의 아킬레스건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인생 과제라는 걸 알면서 뒤로 미루기를 반복했음을 인정한다.
정확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지난달 말에 5월에는 돈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무래도 습관처럼 미래의 불안을 끌어당긴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도 아니고 여태 그러고 살았지만 지금껏 불안감에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근거 없는 희망의 빛을 바라보며 움츠린 몸을 펴곤 했다. 정작 그 어떤 직접적인 실행 계획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이번엔 달랐다. 정말 행동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올라왔다. 그러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떠올렸고 마침 지인의 모임이 생각나 검색을 했는데 딱 마감 직전이어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생각해 보면 경제 공부에 대한 중요성은 20여 년 전부터 아버지께서 거듭 강조하셨던 것이다. 다만 그때부터 여태껏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냥 세상을 그저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아님 반골 기질이 있었던가. 아무튼 중요한 건 이제 때가 왔다는 것 아니겠나!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수학! 그놈의 수학도 한 몫했다. 복리 계산을 할 때마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어느 순간 무의식에서 '돈'에 대한 저항감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마음이 멀어진 게 점점 '숫자'와 연관된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나마 아내가 직장에서 관련된 일을 했기에 돈에 대한 부분은 아내에게 맡기면 되겠거니 살았다. 사실 이마저도 철저히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이쯤 되니 이제라도 경제 공부와 돈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오랜 세월 수면 아래에서 나의 무의식을 붙잡고 있던 허들 하나를 드디어 넘은 셈이니.
모쪼록 마음먹은 거 3주간 매주 최소 3회 이상 경제 기사를 읽으며 개념을 잡아봐야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김승호 회장님의 '돈의 속성'도 읽어볼 계획이다. 이 책이 마인드셋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삶은 늘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그리고 대체 언제부터 마음속에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비단 '돈' 뿐만 아니라 95% 이상의 행동이 무의식의 세계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의식할 수 없는 그 세계가 현재의 내 삶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 불이 꺼진 방을 찾아다니며 하나씩 불을 켜는 과정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경제 스터디 모임에 기대하는 건 비단 경제의 흐름과 돈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간을 통해 또 그동안 열어 보지 않은 무의식의 방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계속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 조금씩 현실에 나다운 뿌리를 내리는 여정을 이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