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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착각

by 알레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대체로 찌질한 나를 글 속에 담아내니 주변의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본의 아니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염려까지 하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삶을 돌아볼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은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구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나의 삶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였기 때문이다.


다만 글 속에 담아내는 나의 조각이 행여나 필요 이상의 염려를 자아내는 듯하여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지금 나대로 숙성의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중이니 마음껏 방황하고 헤매며 내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말도 덧붙여 말씀드려 본다.


사람은 어떻게 변하는 걸까?


오늘따라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매일매일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딱히 변한 게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삶이 '급변'하는 경우는 단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거나, 신을 만났거나. 이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당신은 이미 긴 시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부터 굶지 않는 다이어트 식단을 적용하고 있다. 오늘로 10일 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현재 체중은 첫날에 비해 거의 3킬로가량 감량했다. 놀랍지 아니한가? 한 끼도 굶지 않는다. 그럼에도 3킬로가 빠졌다는 건 나에겐 불가능을 경험한 것과 같다. 그동안 살을 빼겠다는 생각을 왜 안 해봤겠나. 또한 대체로 하루에 두 끼만 먹었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매 끼니를 다 챙기면서 이만큼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건 정말 혁신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변화는 분명 일어난다. 단 가장 중요한 건 이성적인 의지와 감정적인 동기화, 그리고 매일의 실행이 더해져야만 가능하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체중 감량이 아닌 건강한 삶이었다. 허리 통증을 완화시키고 싶은 마음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보다 의지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기록을 시작했다.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 체중과 수면습관, 식단을 기록했고 매일 하루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기록을 남겼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몇 그램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변화가 쌓여 전에 없던 변화를 만들어냈다. 삶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아내는 법이다. 그래서 일상이 소중하며 지금 이 순간만이 내가 가장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걸 되새긴다.


너울거리는 감정도 변화의 나날을 지나고 있기에 경험하는 것이라 믿는다. ‘왜?’에서 ‘어떻게?’로 생각의 축이 이동하고, 무거운 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결과로부터 좌절을 느끼고 절망감을 경험하지만 그것은 다음 걸음을 위한 단단한 지면이 되어줬다. 그렇게 조금씩 나다운 삶으로 숙성되어 가는 중이다.


변화는 이미 일어났고 계속 이어져가는 중이다. 나만 멈춰버렸다고 느껴질 때, 남들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게 느껴질 땐 이 또한 내가 변화를 간절히 바라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자. 간절함은 결국 나를, 우리를 원하는 삶의 자리로 이끌 것이다.


항상 새 순을 돋아내는 나무는 없다. 피면 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언제나 좋기만을 바라는 건 오히려 섭리를 거스르는 바람이다. 오래 달리려면 잘 쉬어줘야 하듯, 삶의 오르 내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늘의 나에게 집중하는 삶. 그것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만물은 변한다. 다만 시기와 속도가 다를 뿐이다. 나만의 속도로 나의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자. 그날은 분명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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