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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영국에서 온 행운의 편지 아님!

by 알레

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저는 당신이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경험을 하는 게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님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과연 나는 몇 번이나 그런 말을 들어봤던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에 서툰 민족이라는 말을 듣는데, 마음으로는 응원해도 직접적인 말로 건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근데 그런 말을 퇴사 후 4년간 꽤 자주 들었다. 바로 어제도.


'혹 내가 좀 짠내 나는 스타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상대방의 진심에, '내가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고'하며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는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마치 옷 장 깊숙이 넣어두고 잊어버린 체 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른 티셔츠 한 장을 찾아 이 서랍 저 서랍 다 뒤적거리듯, 벗어두고 다시 찾지 않았던 가물가물한 나다움을 찾아 다시 꺼내 입기 위함이다.


사람이 꽤 오랜 시간 스스로를 방치하고 살다 보면 존재의 가치를 망각하는 법이다. 그때부터 자꾸 결과로 증명하려 하고 증명한 결과가 나의 가치가 돼버리니, 더 이상 증명할 게 없을 때 존재의 쓸모마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제 아무리 비싼 물건도 쓸모가 없어지면 매력도 사라지듯, 존재로서 나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더 안타까운 건 내가 나를 매력 없는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나를 그렇게 여겼다. 어쩌다 보니 존재의 가치를 잊고 결과로 증명해내지 않으면 쓸모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 뭘 더해야 할지, 어떤 걸 더 제공해야 할지에 몰두했다. 정작 '나'라는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매력은 깊숙이 넣어둔 채 어색한 옷을 입으려 했다.


어제의 만남을 통해 깨달았다. 나의 매력은 서툰 모습도 가감 없이 내비치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마음이 가닿으니 상대방으로 하여금 돕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는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또 다른 지인이 말하길, 사람은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서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며 상대방과 신뢰감이 형성될 때는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할 때라고 했다. 겪어보니 꽤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웬만하면 신세 지고 싶지 않아 혼자 고민할 때가 많았는데, 주변에 유능하고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왜 그걸 다 혼자 끌어안고 있었나 싶다. 물론 염치는 챙겨야겠지만.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하지만, 기대수명은 여전히 80대 어디 즈음인걸 보면 나도 이미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전을 돌아볼세 없이 후반전이 시작되었는데, 주변에 나 잘 되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보면 그래도 전반전이 형편없진 않았나 보다.


늘 눈에 보이는 뭔가를 이룬 게 없는 삶이 참 쓰리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내가 이룬 건 '좋은 관계'였음을 깨닫는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연이 이렇게나 많았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지금껏 받은 과분한 응원을 다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삶을 보다 더 가꿔나가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만으로 이미 소중하다. 살다 보니 그걸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혹 이 글을 만나게 될 누군가를 위해 이 말을 전해본다. 당신은 이미 당신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고. 부디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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