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되면 '이번엔 꼭 해야지 하면서도 늘 미루던 것'들 중 '다이어트와 가계부 정리'는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두 가지 모두 꾸준히만 한다면 삶의 근간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좋은 습관이지만, 매번 미루게 되는 이유는 솔직히 둘 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꽤 오랜 세월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들을 어쩌다 보니 동시에 진행하는 중이다.
다이어트는 2주 챌린지에 참여하며 시작한 것을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때보단 나를 관대하게 대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는 중이다. 다이어트와 함께 지난달부터 돈공부 모임에도 참여 중인데, 필연적으로 가계부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들어간 셈이다.
모임이 좋은 이유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진행자가 샘플을 공유해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항목별 카테고리를 제공해 주어서 그대로 정리를 시작했다.
참고로 이야기해보자면, 소득은 먼저 5가지 바구니로 나눈다. 지출, 저축, 투자, 기부, 종교 각 비율을 정해서 5개의 통장으로 관리를 한다. '종교' 부분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배운 걸 공유해 보겠다. 5가지 바구니에서 '투자' 통장은 다시 옆의 투자 포트폴리오대로 나눠 역시 각각의 비율에 따라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 항목도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요지는 이와 같은 구조로 돈관리를 하다 보면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Income #01 보다 금융소득(Income#02)이 더 커지는 구간이 도래하는데 그때부터 부가 축적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가장 기본이 가계부를 사용하는 것인데, 실질적인 내 돈의 흐름을 알아야 재정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가계부를 쓰려고 하니 어디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막연하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많은 양식들이 존재하는데 주위에서 추천해 주는 분의 노션 템플릿을 써보고 싶어서 유료 템플릿을 구매했다. 사실 구매하긴 진즉 구매했는데, 역시나 또 미루기를 반복하다가 일전에 한 번 3월까지 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는 했다. 그나마 3개월치라도 정리가 되어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오늘 거의 3시간 동안 나머지 3개월치를 정리하는데 겨우 카드 한 개 정리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분기 마감을 앞두고 장부를 정리하는 기분이었는데 중요한 건 3개월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그저 한숨만 나왔다. 3가지 이유 때문인데, 먼저 소득은 미미한데 소득 대비 지출은 너무 크다는 점에서 나의 안일한 삶의 태도가 마음을 때렸다. 둘째는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구독하고 있던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잘못된 경제습관을 제대로 느꼈고, 마지막 셋째, 지출 내역을 보니 그 안에 나의 불안감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내내 가계부를 붙잡고 있다 보니 당장 신용카드를 없애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 그래도 최근 읽고 있는 책, '돈의 속성'에서 김승호 회장님이 일단 신용카드부터 잘라버리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실감이 된 하루였다.
아직도 정리할 내역이 많이 남았지만, 가계부를 정리해 본 덕분에 나의 습관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으로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계부의 중요성도 느꼈다. 나를 안다는 것이 다소 추상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은데 가계부만큼은 가작 적나라하게 나를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욕망과 답답한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요한 삶의 습관을 재정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과 함께 앞으로는 절대 밀리지 말자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가계부를 다 정리하고 나면 그다음엔 앞으로 나에게 필요한 금액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려 한다. 이 또한 모임에서 제공해 주는 참고 자료가 있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건 마인드셋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삶의 습관이 종합적으로 정돈되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왜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프로 루티너'로 살아가는 지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도록 미루던 것들을 하나 둘 실행하는 지금의 이 행동들을 보며 내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나저나 가계부는 어서 끝내고 싶다. 진짜 솔직히 너무 재미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