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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헤매는 중입니다

by 알레

"알레 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요?" 가끔 주변에서 안부를 물을 때면 난 이렇게 답한다. "저는 지금 마음껏 헤매는 중이에요." 정말이다. 나는 지금 헤매는 중이다. 생각도 뒤죽박죽이고, 마음도 들쭉날쭉인 요즘을 '헤맨다'는 말 이외에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헤맨다는 건 굳이 어떤 목적지나 방향을 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솔직히 4년의 시간이 조금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글을 쓰는 것도 또다시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기분도 든다. 뒤죽박죽이라고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체력 저하도 한몫할 것이고, 근 한 달 가까이 수면 시간이 이전과 같이 새벽 시간대로 바뀐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헤매고 있다고 말할 때 나의 태도는 위축되거나 쭈뼛대는 모습이 아닌 당당하다. 그럴 수 있는 건 정말로 그러길 선택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헤매기를 선택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 보면 그래본 경험은 한 번 도 없었던 것 같다. 대체로 즉흥적이거나 세부 계획 없이 굵직한 생각만 가지고 움직인 적은 종종 있었지만 그마저도 정확히 헤매기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니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편으론 기대감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말하길 길에서 벗어나 봐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한다. 4년 전 퇴사 할 때 이미 한 번 벗어났지만 4년이 지나면서 지금의 길도 익숙한 길이 돼버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길에서도 주류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나답게 살아가겠노라 선언했지만 정작 또 누군가를 따라가는 모양새로 흘러가버린 시간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다시 방향키를 놓기로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 선택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오늘 하루 마음이 이끄는 것을 선택해 보기. 그리고 그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기."


최근 지인들과 내 삶의 절망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나를 포함한 5명의 공통점은 그 시간을 너무 감정 소모에 다 소진해 버렸다는 게 가장 후회된다는 점이었다. 지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경험 덕분에 우리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어차피 다 지나간다는 것이도 다른 하나는 그래서 당장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것이다.


헤매기로 선택하니 마음이 오히려 한 결 가벼워졌다. 여기에 다이어트에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자신감도 많이 채워진 상태다. 그리고 최근 몰아서 한 번 정리한 가계부를 통해 내 삶에서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장 방향을 정하지 않았지만 정해지지 않은 걸음에서 또 새로운 방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당연한 소리지만 세상에 누구도 완벽한 존재는 없다. 그저 완벽해 보이도록 잘 포장된 모습만 인지할 뿐이다. 그러니 타인의 삶에 내 삶을 비교하지 말고 그냥 내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헤매는 나의 오늘조차 어떤 사람에겐 부러운 모습일 수도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삶으로 비칠 수도 있다.


사실 길은 사방팔방으로 열려있다. 어디로 가도 그 나름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면 그만이다. 혹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면 당신도 마음껏 헤매기를 선택해 보는 걸 추천한다. 쉬운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선택임을 깨닫게 될 것이고 그 선택을 한 용기가 새로운 삶의 문을 열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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