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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이십니까, '직업인'이십니까?

- 책에서 뼈 맞은 퇴사 선배의 현실 조언

by 알레

"A 씨는 이 회사에 왜 입사하게 된 거야?"

"어떤 이유로든 일단 왔으니 환영하고 어려운 일 있음 혼자 담아두지 말고 얘기해. 해결은 못해줘도 들어는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언제든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고민하지 말고 다를 길을 찾아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경험해보는 것이 좋으니까."


그리고 A 씨는 입사 2주 만에 퇴사했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건가' 혼란스러웠다.






문득 떠오른 퇴사의 추억 같은 장면이다. 회사에 다닐 무렵 갓 입사한 젊은 친구에게 선배랍시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준다고 한 말이 어쩌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도화선이 되었을까. 여전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 혼자만의 석연치 않음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마지막에 근무했던 회사는 인재 채용에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입사했던 이후로 사실상 정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돌이켜 보면 회사 분위기가 한몫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깔려있던 분위기는 이랬다.


우리 회사는 원래 그래. 어쩔 수 없어.
팀장은 무능하고 사장은 희망 고문만 하는데 뭐. 열심히 하면 호구지.


처음에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사람들도 결국 희망 고문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영혼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점점 우리 모두는 무임승차자가 되어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암세포로 자리 잡아가고 있던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고 끝내 퇴사를 결정했던 무렵에는 이러한 조직의 분위기와 방향도, 형평성도, 일관성도 없는 경영 방식에 질려있었다. '더 이상 나 자신의 성장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퇴사를 확정 지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나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시간들을 되짚어 보았다.


재미난 건 한 창 고통스러운 상황 가운데 있었을 때는 죽기보다 싫었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 한 발짝 멀어져서 돌아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늘에서야 보게 된 것은 '나의 모습'이었다. 마치 관찰 예능에서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나의 모습을 바라보니 '아-' 하는 외마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직원으로서 나는 불성실하거나 부정직한 사람은 아니었다. 인간관계도 대체로 원만하게 잘 맺는 편이고 국내외 거래처와의 관계나 업무 담당자들과 협업도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마디 탄식이 나왔던 것은 나에게서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몰입



아이러니한 것은 언제나 재직 중일 때 가장 바랬던 것은 업무에 대한 몰입이었다. 당시에는 환경 자체가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고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어리석은 불만이었음을 이제야 반성하게 된다. 몰입은 결과적으로 내가 하는 것이지 환경이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환경적 변수는 작용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과연 나는 스스로 몰입하고자 했었는가? 이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하는 것은 책에서 본 한 문장 때문이었다.


"목표에 부합하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몰입합니다. 몰입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웁니다. 하지만 낮은 목표를 가지고는 몰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몰입은 달성할 수 있는 최상의 성과와 결과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이유와 필요를 스스로 납득할 때 나타나는 특별한 업무 방식입니다."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강민호 저>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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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분위기가 어떻든 만약 내가 나의 주어진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이었다면, 성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라는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 안에는 단단하게 다져진 기본기가 갖춰져 있었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퇴사 후 나를 브랜딩 하기 위한 주도적인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갔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위의 인용한 책에서 직장인과 직업인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직장인: 규칙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급료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직업인: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강민호 저> p.58


직업인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직장인은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즉 직업인은 직장인에게 포함될 수 있지만 모든 직장인이 직업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지난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결국 나는 직장인에서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가장 안타깝게 만들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결국 '업'이 필요하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업은 존재한다. 자신을 브랜딩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평생 할 수 있는 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것인 반면 시간을 가지고 고뇌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


만약 사회 초년생이라면 당장은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만약 당장 퇴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퇴근 후의 삶을 추구한답시고 업무와의 무조건적인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몰입의 경험은 많이 쌓일수록 누적된다. 그리고 누적될수록 당신의 커리어에 반석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의 직장생활이 불만족스럽다면 잠시 한 발 물러서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어느 조직에 몸 담고 있든 어딜 가나 투덜이 스머프와 그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다. 잡음이 들리기 시작한다면 우선 멀어지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 불구경, 싸움구경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 관심이 더 쉽게 쏠리는 것이 사람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본 경험자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당부하고 싶다.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이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보길 바란다. 언제나 선택은 내 몫이고 그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다. 늘 강조하지만 당신의 선택이 옳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이왕 시작한 직장 생활이라면 자신의 '업'을 발견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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