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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가 있는 법이다

by 알레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때가 오기 마련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그때마다 큰 기대감 없이 깊게 와닿지도 않았던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뛰게 만든다. 가을이라 그런가?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보낸 주말이 지나 다시 시작한 월요일. 여유로우면 안 될 것 같지만 없는 여유를 다 부리며 아내와 밀린 드라마를 봤다. 최근 종방연한 <폭군의 셰프>라는 드라마 있데, 현대의 셰프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하여 대령숙수가 되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려낸 드라마다. '타임슬립'과 '요리'라는 좋아하는 소재를 모두 다룬 드라마인지라 재밌게 봤다.


이번 드라마에선 에피소드만큼 흥미를 끌었던 것이 바로 남주를 맡은 배우 이채민에 대한 캐스팅 이야기였다. 촬영 한 달 전에 급하게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지만 그 짧은 준비 기간에도 승마, 처용무, 발성, 등을 준비하여 단숨에 일약 스타가 된 그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이 말을 되새기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기사에서는 이미 '사극의 라이징 스타 배우 변우석, 추영우 다음 이채민'이라는 말이 돌 만큼 이 여세를 몰아 어디까지 성장할지 한 명의 드라마 덕후로서 매우 기대가 된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배우로서 퀀텀 점프의 시기를 맞이한 그를 보며 나와 우리의 삶을 기대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요즘 시대는 정말 사는 방식이 미세하게 다양해진 것 같다. 어찌 보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시대라고도 불러도 될 만큼 일반인이지만 영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천편일률적인 삶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내비치며 살아가는 시대. 이 시대야 말로 진정 나다움이 만개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들을 보면 무명시절 없는 유명세가 없고 조연 없는 주연이 없듯, 우리 삶이 다지고 쌓아가는 기간이 필요하다. 나에겐 숱한 내면의 좌절감이 진짜 내 삶을 느끼고 바라보는 눈을 뜨게 만들어 준 것처럼, 저마다 각자의 체급에 맞는 시련과 아픔의 시간을 겪는다.


누군가는 어금니가 시릴 만큼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는 나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무력감'과 '공허함'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던 그 시간은 사실 나에게 더 친절해지고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소리 없는 외침이었음을 깨달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타인의 성장과 성공을 부러워만 하고 차마 기꺼이 손뼉 쳐 주지 못했던 못난 시간들은 외려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떤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를 바라보게 했다. 941편의 글을 발행할 때까지 '이제는 나에 대해 좀 알겠다'싶었던 순간들도 사실은 여전히 벗겨내야 할 껍데기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는 걸 지금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라이프 코치가 되어 사람들이 나다운 삶의 여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나는 나의 때가 올 거라는 말을 믿어주지 못했던 시간을 되새기는 지금 씁쓸함이 마음속에 서린다.


방 안에 있는 달력은 일부러 아직 시작하지 않은 10월로 열어 두었다. 남은 3개월간 나는 코치로서의 삶과 글을 짓는 사람으로서의 시간에 더 깊어지기로 마음먹었다. 먼 미래에 내가 어디에 서 있을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요원하지만 적어도 그간의 시간이 말해주는 건 그곳엔 '사람'이 있고 '글'이 있으며 '말(대화)'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기에 한 번은 제대로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나다운 삶은 스스로 걸음을 옮겨야 가능 하지만 때론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반복적으로 건넨 말 중에 한사코 손사래 쳤던 그 말이 있다면 잠시만 부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에 내가 정말 그것을 선택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면 어떨까?'


지금껏 나의 때를 가로막고 있던 건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왜 나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건지 한탄하고 무력감에 빠져 시간을 보냈던 건지도 모른다.


오늘부터라도 '만약'으로 시작하는 질문으로 가능성의 문을 열어보자. 그 순간 내 마음은 내가 그것을 알아주고 믿어주길 바라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선언해 보자.


"나, 알레는 라이프 코치가 되어 나처럼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삶을 살아간다!"


나와 당신의 나다운 삶의 여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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