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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

더 게임 체인저스 넷플릭스 다큐 리뷰

by alerce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사촌 동생은 비건으로 꽤 오래 살았는데, 결국 포기하고 적당한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사촌 동생의 동기는 조금은 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채식주의라는 것은 뭐랄까. 좀 더 이타적인 행위처럼 느껴졌었다. 비 윤리적인 동물에 대한 착취, 그들을 공장식으로 기르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그들을 채식으로 이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오히려 바뀌었다. 마치 환경오염을 북극곰을 위해 막아야 하는 게 아니라 인류를 위해 해야 하는 것처럼. 육식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우리의 육류 생산 방식은 지구에 엄청난 위협이다. 그들을 사육하는 데에 드는 모든 물, 사료, 배설물 모두 환경오염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채식을 하는 것은 동물을 위한다는 조금은 윤리적이고, 이타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지구에서 내가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이기적인, 나를 위한 행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기적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니까.)


나도 채식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넷플릭스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게 되었다. 이들은 채식주의자에 대한 앞서 말한 것들과 다른 또 색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그 시선 역시 좀 더 인간을 위한 느낌으로 채식을 권장하는 느낌이었다. 채식을 하면 더 건강하고 강해진다는, 단순히 '힘'으로서의 채식을 바라본 다큐멘터리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상관없지만, 운동선수나 격투기 선수 등, 자신의 기록을 위해 초인의 경지까지 자신을 내모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보다 아주 빠르고, 아주 힘이 세고, 아주 지구력도 강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의 상상 속에 주로 육식,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할 것 같지 않은가? 나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다큐는 우리가 어떤 편견 속에서 자라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육을 형성하는 단백질은 즉 고기 그 자체여서 육류를 먹어야 힘이 세지고 튼튼해지고 몸 안에서 힘이 솟아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 다 모두 거짓이란다.


사실 나도 당연하게 여긴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 다큐에서는 다양한 운동선수들이 나오는데, 모두 채식주의자 선수들이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끌어냈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그 답은 채식을 했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면 골밀도가 더욱 올라가고, 근육의 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단백질을 육류로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어떤 허상의 이미지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은 그 옛날 어떤 과학자에 의한 가설이었고, 그 낭설은 육류 회사들에 의해 더욱 공고해져 편견으로 자리 잡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큐멘터리 맨 앞에는 '이 다큐는 의학적인 근거와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무수한 사례, 무수한 증거들을 제시하지만 확신을 주진 않았다. 아마 식음료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 예민한 논란거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너의 눈으로 확인해봐.'라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왜일까. 너무 수많은 증거를 다큐 안에 담아주어서일까. 나는 왜 설득당해 버린 걸까.


또 한 번의 편견이 깨진다. 육식이 힘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함이 깨지고, 채식은 이타적인 행위라는 편견이 깨졌다. 나는 어쩌면 곧 '나를 위해서' 채식주의자가 될지 모르겠다. 내가 앞으로도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금은 골밀도를 높이고, 근육이 튼튼한 사람이 되기 위한, 그런 채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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