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지쳐 얼굴 내 비친 무지개처럼
예쁜 빛 사랑으로 내 가슴에 성큼 다가왔지
시간 지난 먼 훗날까지 변하지 않을 듯
요정 같은 너를 사랑한다 믿었어
네가 내 것이 되어갈수록 환상은 계속 깨져만 가고
너를 다른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게 됐던 거야
투투 - 니가 내 것이 되어갈수록
사람은 변하지 않는 걸까? 몇 번의 연애 끝에 내가 다다른 결론은 '그렇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듯 사랑이, 대화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내 결론은 '그럴 수없다.'이다.
사람들은 주로 연애를 할 때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춰가기 위해서 대화를 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말없이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람. 나는 두 가지 모두 지향해보며 연애를 해본 적이 있고, 여러 상황과 경험을 통해 지금은 후자의 방향을 택하고 있다.
처음으로 오랜 연애를 했을 때, 어리숙한 나는 어떻게 내 감정을 대화로 풀어내야 할지 잘 몰랐다. 친구들 간에는 대화가 잘만 통하는데 남자 친구와는 왜 이리 힘들었던 것인지. 내가 서운한 점들을 너무 많이 말하면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내가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내 입을 막아서곤 했다.
그렇게 쌓고 쌓은 감정은 결국 뭉쳐진 응어리가 되어 관계를 끝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나에게는 꽤나 오랜 이별이었는데, 그에게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던지 그는 매우 당황해했다. 그리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겐 그럴 정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도 그에게 통보한 이별이 옳지 않다는 것쯤은 느꼈다. 그래서일까, 그때의 경험은 나를 대화형 사람으로 바꾸어주었다. 이별을 갑작스럽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화로 내 감정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올바른 이별에는 적당한 서사가 있어야 하더라.
천성이 남에게 억지로 감정을 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조금은 노력해보기로 했다. 내가 혼자서 실망하지 않고, 오해하지 않기 위해. 그에게는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렇게 이후의 연애가 시작되었을 때는 조금은 대화.. 보다는 싸움에 가까웠지만, 많은 요구를 하는 연인이 되어보기로 했다.
불만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말을 했고, 어떤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하고 투쟁했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계속 말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방식 같았다. 서로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다 보니 오해도 덜한 것 같았고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도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쌓아 올린 관계도 결국 단 하나의 단점 때문에 끝이 나곤 했다. 그놈의 단 한 가지 단점은 아무리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 상황의 난이도는 계속 올라갔고, 응용문제까지 등장하곤 했다. 분명 같이 얘기해서 문제풀이를 맞춰봤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늘 새롭게 기출이 되는지..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다.
항상 친구들과도 얘기를 해보면 연인의 모든 것에 만족하는데 단 하나의 단점이 문제라고 말하곤 했다.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단점이 없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는 반복되는 문제에 이내 질리고 끝내 관계를 놓고는 한다.
치열하게 싸워가며 노력해 봤지만 결국 끝을 보았기 때문일까. 반복되는 문제일수록 더 진절머리 난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연인의 반복되는 단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는 관계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 아니 어쩌면 그게 관계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흐르는 강물 같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라는 돌담 안에 가둬 둘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해도 언젠가는 나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애초에 날 사랑하면 저 사람이 바뀔 거야.라는 것은 전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흐르고 싶다는 물을 애써 틀어막고 있는 것과 같은데.. 그것이 과연 행복한 관계일까.
모든 단점은 장점과 땔 수 없는 그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물론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점들, 예를 들어 폭력성, 이기심, 중독 같은 것들은 제외지만. 그 외의 단점들은 결국 사랑한다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품어주어야 하는 것들이구나. 생각해본다. 강물은 제멋대로 흘러야 아름다운 법이더라.
내 연인이 다 좋은데 이런 점만 고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연인의 그런 단점 때문에 내가 사랑을 시작하게 된 매력들도 공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쉬울까?
어차피 완벽한 인간은 세상에 없다. 우린 모두 불완전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섞일 수 있는 존재들 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