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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SAILING Dec 26. 2018

 스타일에서 디자인으로,
카스틸리오니

Achille e Pier Giacomo Castiglioni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디자이너.

종종 복수형(i castiglioni)으로 쓰는 이유는 사실 이들이 형제였기 때문이다.

형 피에르 자코모는 1968년에 50대 중반의 나이에 사망한 반면 동생 아킬레는 2002년까지 장수했다.

때문에 '카스틸리오니 디자인'은 오랜 시간 곧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였다고 할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둘이 함께 디자인한 제품들이 많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올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A Castiglioni'라는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 방문 전에 이런저런 리서치를 하다 이탈리아 RAI(한국으로 치면 KBS쯤)에서 방영한 비디오 클립을 발견. 짧은 비디오지만 카스틸리오니를 잘 설명하고 있는 자료라 번역해 봤다.



Dallo stile al progetto,

스타일에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Rai Arte 방영분

[세르죠 간디니 인터뷰(FLOS 회장)]

 "카스틸리오니와는 Flos가 브레샤로 옮겨 온 1964년에 알게 됐죠. 당시 제가 하는 일이 밀라노 디자인, 즉 이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찾아 협업하는 일이었어요. 만나자마자 느낀 바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점은, 거장일 수록 소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중략)

카스틸리오니는 마치 재미있게 놀이하듯 디자인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 즐거움이 불멸의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디자인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워낙에 대단한 디자이너다 보니 이것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제품들이 되는 거에요. 6개월에 한 번씩 새 컬렉션이 나오는 패션처럼 생명이 짧은 것들이 아니라요."


아킬레,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

무한한 상상력과 마케팅 니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의 유일한 케이스,

이미 50년대부터 다양한 제품과 공간들을 디자인했습니다.

기하학적이거나 유기적이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철저하게 기능적이거나 - 그 형태는 늘 달랐지만 공통점은 비틀기, 즉 기존의 개념을 뒤집어 엎는 데에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초현실주의자나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 등의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연상시킵니다.


좋은 예로 1957년 Leuci를 위해 디자인한 전구가 있습니다.

보통 전구에 비해 유리구가 엄청나게 큽니다. 전구의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요. 램프가 궂이 없이도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1951년 디자인한 투비노 램프는 반면, 단순한 금속 튜브입니다. 

튜브를 구부려서 램프가 서 있을수 있도록 베이스를 만들고 윗쪽 역시 같은 튜브 형태의 네온을 달았습니다. 탁상램프로는 처음으로 무열광을 사용한 케이스이지요.


그들이 라이팅 디자인의 거장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라이팅 디자인의 기술 개발을 할 때 항상 형태적인 실험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예 중의 하나가 토이오 램프입니다.

외형이 한눈에도 독특한 레디-메이드. 노출된 그대로의 변압기 베이스, 내부를 통과하는 전선이 낚시용 고리와 테이프로 고정된 압출성형 철제 튜브, 꼭대기에는 전구 대신 자동차의 헤드램프로 된 구성입니다. 


1947년에 열린 제 1회 이태리 라디오/텔레비젼 전시,

이미 이때부터 제품 전시라는 것은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전시장이야말로 심도있는 디자인 검증을 위한 '더없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가까이에서 관람객들이 공간을, 볼륨을, 색과 조명을 지각하는 방식을 관찰하면서 말입니다.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제품들이 이런 류의 이벤트에서 탄생했습니다. 1938년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와 또다른 형제인 리비오 카스틸리오니, 카챠도미니오니가 디자인한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라디오 수신기에서부터,

지금은 없어졌지만 밀라노 코르소 에우로파에 있던 동명의 맥주집과 함께 디자인한 스플루겐 전등,

1957년 코모의 빌라 에르바에서 열린 기념비적인 전시, '현대주택을 위한 새로운 형태와 색상들'에 출품된 스가벨로 메짜드로 까지.

이렇게 대중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얻은 풍부한 경험으로 디자인의 표현적 부분과 기능적 부분을 심도 있게 융합시킨 카스틸리오니 형제. 이들은 이태리 디자인을 단순한 취향이나 문화에 불과하던 스타일적인 수준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창조의 경지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기술, 재질, 생산 프로세스의 리서치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인더스트리얼 제품들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할 줄도 알았지요. 아이러니, 재미, 그러나 때로는 극도로 실용적인 발명품에 이르기까지. 카스틸리오니에게 '디자인을 하는것'이란 곧 '어떤 기능을 좀더 괜찮게 하게 하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뭔가'를 발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기능 뿐 아니라 옛날 옛적부터 존재하던 기능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얘기이죠.


[알베르토 알레씨 인터뷰(Alessi 회장)]

(전략)

카스틸리오니가 관심있어 하는 물건들은 별 특색 없고 매우 심플하거나 좀 장난스러운 면이 있는 것들이었어요.

(중략)

알레씨에서 디자인한 제품들은 실질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것들이죠. 워낙 알레씨 제품들 자체가 20-30년은 가는데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제품들은 그보다도 더 오랫동안 생명을 잃지 않을 겁니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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