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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ssine Jun 12. 2016

오카야마와 구라시키
브랜드 소풍 #1

일본 상점의 심볼을 카메라에 담다

일본 오카야마는 오사카에서 신칸센을 타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오카야마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운하가 있는 예스러운 도시인 구라시키도 방문하였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지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늘 친절하게 답을 해주기에 일본 방문시마다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상점의 브랜드 네임과 네이밍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상점의 브랜드들을 촬영하여 여행 중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의 직원에게 보여주어 영어로 답변을 받았다. 결국 의미를 알면 그곳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나의 카메라 화면을 같이 보면서 친절하게 상점의 이름과 의미를 알려주었던 유리안의 잘생긴 직원 "준"에게 고마웠다.


동물 Symbol

최근에 브랜드 심볼제작을 의뢰하는 be.B의 클라이언트가 늘고 있기에 마침 아주 좋은 소재를 발견했다. 바로 "동물 Symbol(심볼)" 그리하여 이번 브랜드 소풍을 일본 상점의 심볼을 주제로 브랜드 뚜벅이의 본격적인 카메라 슈팅이 시작되었다.


Symbol(심볼)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심볼을 통해 브랜드의 특징 또는 사업군을 파악할 수도 있다. 나처럼 일본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현지에서 발견한 상점의 심볼은 매장의 정보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즉, 아래 귀여운 돼지심볼은 이 가게의 주요 메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안주를 제공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삼겹살을 주 메뉴로 하는 이 주점의 안주맛은 과연 어떨까?



오카야마에서 열차를 타고 약 20여분을 가면 운하가 아름다운 구라시키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역에서 운하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문어 얼굴 같은 캐릭터가 심볼로 그려진 Bar를 만날 수가 있다. 뽀르포 이찌로꾸(이찌로꾸는 16)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스타일 Bar는 문어를 판매하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곳인데 캐릭터는 동물도 외계인도 아닌 무언가 특이한 형태로 상점을 기억하게 만든다. 모자를 쓴 이 캐릭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모자 오른쪽에 쓰인 이찌꾸로 16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이 작은 Bar의 의자 개수일까?

늦은 시간 문을 여는 곳이라 주인을 만날 수 없었기에 아쉽게도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사진으로만 담았다.


점보라면가게. 구라시키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이탈리안 Bar 맞은편에는 붉은 고릴라가 그려진 라멘 가게가 있다. Nabe Ramen이라고 적혀있는 이곳은 음식량이 고릴라만큼 넉넉히 많이 준다는 것. 처음에는 고릴라가 왜 그려져 있을까 했는데 점보라면. 즉 푸짐한 양으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는 "준"의 설명을 들으며 이해가 되었다. 세련된 브랜드의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화이트, 블랙, 레드가 잘 조화된 브랜드의 Sign이 유독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일본에서는 상점의 동물 심볼뿐만 아니라 광고에도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대도시로 가면 이러한 일본 문화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다. 오카야마의 거리는 동물 캐릭터로 만들어진 광고들이 전차를 통채로 포장했는데 이런 귀엽고도 재미난 모습들이 도시를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것 같다. 나에게는 매우 신기해 보이는 풍경이였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익숙한 일상 같아 보였다.

오카야마의 전차는 귀여운 캐릭터들로 꾸며져 있다. 캐릭터는 인지하기 쉽고 친근해 보이는 큰 장점이 있다. 금요일 오후7시의 지역모임을 알리는 내용이 전체 광고판이 된 전차의 모습


오카야마와 구라시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심볼.

우리나라의 택배서비스를 해주는 곳인데 운영 형태는 다르다. 일본 전역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지정된 상점에서 물건을 대신 받기도 하고 배송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상점에는 표시 사인과 함께 배달 접수하는 마감 시간이 밑에 적혀있다.

서비스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싶다기보다는 이 택배회사의 브랜드 심볼에 집중하고자 한다. 검은색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입에 물고 있다. 나는 이렇게 해석을 해본다. 일본은 유독 캐릭터들로 고양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고양이가 자연스럽고 또한 친근하게 연상되는 나라이다.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입에 물고 조심히 이동시키 듯, 고객의 의뢰한 제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줄 것 같은 신뢰의 이미지. 그러고 보면 한 번에 쉽게 잘 인식될 수 있게 만든 시각적 형태와 더불어 회사가 하고 있는 업의 의미도 같이 잘 전달되는 케릭터형 심볼이라고 판단한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 유리안. 2층이 내가 묶었던 방이다.

구라시키에는 100년이 넘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예전에는 일본식 주점이었으나 현재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한다. 이곳은 걸어 다닐 때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오래된 건물이고, 구석구석 옛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준"에게 유리안의 뜻을 물었더니 지금까지 그 뜻을 물었던 투숙객은 없었다며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브랜드 디자인이 업인 나에게는 의미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데 나도 모르게 직업병과 호기심이 함께 발동했다. 그의 답은 이러했다. 유리안은 "좋은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아~ 이 얼마나 의미 있는 뜻인가?! 그리고 나또한 이곳에 머물다 가는구나!

라시키의 밤은 아름다웠다. 낮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이 밤이 되면 조용한 산책가로 변한다. 도쿄 같은 대도시와는 사뭇 다른 소도시의 시골 느낌. 저녁에는 유리안에 머무는 투숙객들과 담소를 나누며, 소소한 한국말을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현실을 잠시 "일시정지" 모드로 맞추고 보낸, 브랜드 심볼찾기 소풍인 오키나와&구라시키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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