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를 일으키는 바람이 되어
아홉 번째 이야기
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
사실 그것은 비관에 빠지고자 함이 아니다. 언젠가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내 멘털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이며, 나는 최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튀어 오를 그 탄성력을 가늠하려 한다.
의연함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담력 같은 개념이 아니다. 대단한 재능과 역량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나와 다른 미지의 존재와 개념에 대해 인정하고 경험하려는 포용으로 자연스레 빚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장고 끝에 악수를 들지도 모른다고 직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충고가 여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부단한 자기 방어로 나 스스로를 안전하게 할 수는 있어도 앞으로, 더 높은 위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꺾이진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저 먼 동녘 바람에 부딪혀 허공을 맴도는 스산한 울음소리를 숨죽여 삼키고 그저 무수히 흔들리는 한 줄기 갈대와도 같겠지만, 그 단단한 뿌리를 부여잡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 꼿꼿함을 못 이겨 부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는 이윽고 하나의 갈대숲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대가 말하는 성공이 위로 향한 날갯짓, 혹은 아래를 향한 뿌리 내림인지에 따라 나를 겁쟁이라 말할 수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있어 옳고 그름은 결단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나 같은 갈대들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