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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Jul 20. 2021

그대, 나를 일으키는 바람이 되어

아홉 번째 이야기

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

사실 그것은 비관에 빠지고자 함이 아니다. 언젠가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내 멘털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이며, 나는 최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튀어 오를 그 탄성력을 가늠하려 한다.


의연함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담력 같은 개념이 아니다. 대단한 재능과 역량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나와 다른 미지의 존재와 개념에 대해 인정하고 경험하려는 포용으로 자연스레 빚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장고 끝에 악수를 들지도 모른다고 직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충고가 여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부단한 자기 방어로 나 스스로를 안전하게 할 수는 있어도 앞으로, 더 높은 위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꺾이진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저 먼 동녘 바람에 부딪혀 허공을 맴도는 스산한 울음소리를 숨죽여 삼키고 그저 무수히 흔들리는 한 줄기 갈대와도 같지만, 그 단단한 뿌리를 부여잡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 꼿꼿함을 못 이겨 부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는 이윽고 하나의 갈대숲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대가 말하는 성공이 위로 향한 날갯짓, 혹은 아래를 향한 뿌리 내림인지에 따라 나를 겁쟁이라 말할 수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있어 옳고 그름은 결단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나 같은 갈대들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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