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고 지내던 사장님이 파산 신청을 하였습니다. 대기업에 여러 건설 자재를 납품하시는 분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억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실 정도로 잘나가시던 분입니다. 사업 수완도 있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분이 몇 년 안에 많은 거래처에 대금 결제도 못할 정도로 어려워지고, 결국 파산 신청을 하니 업계에서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장님이 사양길을 걷게 된 이유가 조금씩 보이더군요.
첫 번째, 돈을 벌게 된 그분은 본업이 아니라 다른 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동산 투자입니다. 꽤 많은 돈이 쌓이니, 그 돈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서울 근교와 경기도 일대에 모델 하우스를 다니셨고, 심지어 직원들에게 이에 관련된 일 처리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본업이 아니라 이 일에 신경을 더 쓰게 되면서 본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졌던 것입니다.
처음에 부동산 일이 잘 된 것이 더 문제입니다. 쉽게 돈이 벌리니 본업이 하찮아 보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손해를 보게 되고, 다시 본업을 챙기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본업의 경쟁력은 떨어진 상황이었지요.
두 번째, 직원들에게 너무 맡겼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다 하셨겠지요. 직원들이 생기고 이제는 직원들이 있으니 자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직원도 사장처럼 일하지는 않지요. 그런 안일해진 마음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잘 될수록, 규모가 커질수록, 사장이 더 챙겨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사장님을 현장에서 못 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직원들도 본업에 신경 쓰지 않는 사장이 좋아 보였을 리가 없습니다. 일부 직원은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씀씀이도 커졌다고 합니다. 잘나가는 당시 돈을 쉽게 썼다고 합니다. 차도 바꾸고 명품도 자주 구매하셨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백화점 VIP까지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년에 일정 금액 구매를 하면 VIP가 됨) 물론 소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분이 감당할 수 있는 소비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어느 날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내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석 세공인은 멋진 반지를 만들었으나 왕의 명령에 합당한 글귀가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웃 마을의 현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현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고 새겨 넣으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담할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잘 될 때 안 될 때를 대비하고, 안 될 때 잘 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잘 될 때, 영원히 잘 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안 되면, 영원히 안 될 것처럼 좌절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영원히 잘 되는 일도 없고, 영원히 안 되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지만, 조금이나마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도 다시 일어서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