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입사할 때 과장, 차장, 부장님들, 그러니까 지금의 5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은 대부분 회사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 그런 무용담을 자주 이야기했죠. 본인 상사가 있으면 더 그랬습니다. 아마 그런 멘트가 본인의 입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다음 날 결혼인데 그 전날까지 팀 회식을 새벽 2시까지 했어. 으하하"
"내가 아기가 태어나는데 출장을 갔다가 아기 태어난 것도 늦게 보았어...하하"
"내가 맹장이 터졌는데 일한다고 몰랐어. 뒤늦게 갔더니 의사가 왜 이제 왔냐고. 큰일 날 뻔했다나..."
사원 때 이런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가 막혔습니다. 누가 누가 더 힘드냐 레이스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들을 때 마다 부담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즐거울 수 없다. 즐거우면 돈을 내면서 다녀야지"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선배들도 있었습니다. "'왜 회사에서 즐거울 수 없을까' 속으로 생각하며 저라도 즐겁기 위해서 홀로 몰래 노력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그런 표현을 후배에게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즐겁게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선배들의 대부분은 결국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50대 초중반에 퇴직하고, 뒤늦게 자기 사업을 하다가 잘 안 되고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선배들도 많습니다.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느라 자식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은 분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삶이 과연 좋은 삶이었을까요?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선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랜 기간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막상 경제적 자유를 이루니 내가 당당해져서 오히려 회사를 그만둘 이유가 없어졌다고. 회사에서 할 말 다 하며 다닌다고, 취미 삼아 회사 다니는 것 같다고. 그 마음을 이제는 저도 이해합니다.
회사가 나의 전부이면 내가 힘들어집니다. 회사가 갑, 내가 을인 거죠.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나의 일부라면 회사 생활이 오히려 즐거워집니다. 내가 갑이고 회사가 을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언제 나를 짜를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에 더 잘 보이려고 노력할 시간에 다른 무기를 만들어서 회사를 나의 일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한 직장생활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직장에 올인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