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가 주식으로 50억 이상 벌고 파이어한 친구가 있습니다. 3년 전 정도, 40세에 은퇴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포항에서 일을 했고, 직장은 10년을 조금 넘게 다녔습니다. 국내 주식 투자로 성공했고, 여러 종목을 꽤 중장기로 투자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2차 전지 쪽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에 소소한 금액만 투자하고 있고 그 외에는 부동산을 몇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이야기를 하다가 몇 가지 느낀 지점이 있었습니다.
1) 다시 하면 할 수 있을까?
투자 강의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내가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접근하는 투자 강사들을 자신은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주식 투자에 있어 운의 영역이 상당히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거쳐온 여러 가지 경로 중 하나라도 삐끗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매도 시점이 조금 빨랐거나 조금 늦었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코로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몇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았다면 자신도 폭락장에서 매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의 성공이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조언해 준 사람들의 열에 아홉은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것이 그 증거라고 했습니다. 주식 투자에 있어 운의 영역은 생각보다 강력하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비슷한 성공을 한 사람도 말을 하지 않을 뿐,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2) 생각보다 무료하다
친구는 2021년 은퇴를 했습니다. 이후 무언가를 보상받듯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합니다. 유럽, 아프리카도 몇 개월 다녀오고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그것도 지쳤는지 요즘에는 특별히 어디를 가지 않고 집에서만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일을 섣부르게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기존의 직장 사람들, 친구들과는 대부분 멀어졌다고 했습니다. 사고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연락하고 지내는 것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이어족들은 대부분 혼자 지내거나 숨어 지내기 때문에 같은 파이어족 친구도 없다고 했습니다. 공통 화제를 가진 사람이 적어지니 만남 자체도 줄어들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기엔 사람을 믿기도 그리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최근 지인의 인테리어 회사에서 인테리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부동산 쪽으로 투자할 때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몸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니 (친구는 포항 현장 출신이다) 옛날 기억도 떠오르고 좋다고 했습니다. 강제로 주어지는 환경에서 얻어오던 소소한 정보들이 그립다고 하네요.
이후 몇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옛날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각자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나의 성공이 다른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자각. 나의 성공에 운이 없었을 거라는 자만심을 내려놓는 자각. 일과 만남의 소중함에 대한 자각. 여러 가지 자각을 동시에 하고 있는 그가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배부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약간은 다른 세상에 사는 다른 사고를 하는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