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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게 질문을 던진 한 신입 직원

by 부아c

예전에 본사 CEO가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행사였죠. 보통 CEO가 임기 중에 한국은 한 번 방문할까 말까 하기 때문에 모두가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유럽 사람이었는데, 풍채가 매우 좋았습니다. 키가 190cm이 넘는 듯 보였고, 평사원 출신으로 CEO가 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신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회사 대강당에서 모여서 그의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1시간 정도 회사 메시지를 전달한 뒤, 질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참 질문을 잘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나의 영어 실력이 드러날까 봐 굳이 나서지 않게 되죠. 그래서 이런 상황을 미리 파악한 인사부는 질문을 준비해 두었고, 곧 준비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회사의 미션, 복지, 계획 등 대부분 지루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CEO의 답변 역시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강연이 끝날 때쯤, 즉흥적인 질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어떤 1~2년 차 정도의 직원이 질문을 했는데, 그 질문이 즉흥적인 것을 아는 이유는 인사부에서 준비한 질문이 5개였고, 그녀의 질문이 6번째였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은 평사원으로 시작해서 CEO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만약 평사원으로 돌아간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고, 모두가 그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는 앞선 질문과는 다르게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10초 동안 생각하더니,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평사원으로 돌아간다면, 팀원들 각자의 일에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들을 파악할 것입니다. 팀원이 10명이라면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이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것입니다. 어떤 고민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떤 고민은 도움을 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결국, 회사의 고민을 해결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하는 사람이 된다면, 저처럼 CEO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CEO가 한국에서 한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1분 동안의 대답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표정을 보니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대답은 한 신입 직원의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정확하게는 한 신입 직원과 40년 차 CEO의 대화에서 나왔습니다.


CEO의 대답도 인상 깊었지만,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나를 빛낼 수 있는, 혹은 상대방을 빛낼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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