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쯤 전에 몽골 초원에 간 적이 있다. 밤이 되어 야영을 하는데, 나는 밤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수백 개, 아니 수천 개라고 해도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몽골의 초원에는 전기가 없다. 인공적인 불빛도 없고, 오직 자연만 있다. 심지어 소리조차 없다. 오직 깊은 어둠만이 펼쳐진다. 그런 공간에서 나는 살면서 가장 밝은 별을 볼 수 있었다.
20년이 지나도, 나는 내가 힘들 때마다 그 밤하늘을 떠올린다.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울 때 보인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 밝은 별을 볼 수 있다.
힘들다, 우울하다, 슬프다. 이런 감정들은 사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들이다. 어둠이 있기에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기에 즐거움도 있다.
나는 내가 힘들 때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려고 한다. 억지로 외면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는다. 내 안의 어둠을 사랑하면, 내 안의 빛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