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대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에겐 정말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 습관이 있었다. 같이 떡볶이를 먹으면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가 있을 수 있지?”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로 웃었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이런 맛있는 커피가 있을 수 있나?” 하며 진심으로 감탄하곤 했다. 나는 그때 그 친구를 보면서 조금 실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사회에 나가면서, 무뚝뚝한 얼굴로 무뚝뚝한 일들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웃을 일도, 감탄할 일도 점점 줄어들었고, 감정 표현도 서툴러졌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이국종 교수님의 강연에서 한 문장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은 내 마음을 단번에 붙잡았다.
“남의 인생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행복하며 멋져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결국 우울한 종말이 찾아옵니다. 구내식당 점심 반찬이 잘 나온 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습니다.”
이 문장을 듣는 순간, 대학교 시절 학식 떡볶이에 행복해하던 그 친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예전에는 사소하다고만 생각했던 그 친구의 모습이, 사실은 사소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건 그가 매일을 조금 더 기분 좋게 살아가기 위한 태도였고, 작은 일에 감탄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커피 한 잔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햇살 좋은 날엔 혼자서도 미소가 지어진다. 예전엔 넘겨버렸던 순간들에 가만히 머무는 법을 배우고 있고, 감탄하고 웃는 연습도 다시 시작하고 있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사소한 장면들 속에 숨어 있다는 걸, 나도 이제 조금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잠시 행복해진다. 사소하지만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무언가 하나에 괜히 기분 좋아졌다면, 그 감정을 마음껏 느껴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게 우리 모두가 매일을 조금씩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연습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