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쓸모

by 부아c

젊을 때, 쓸데없는 걸 참 많이 했다.


대학교 들어가서는 그동안 쌓인 공부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밤새 술을 마시고 게임을 했다. 좋아하는 만화책도 실컷 보았다. 그 대가로 학사 경고를 두 번이나 받았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여행을 했다. 혼자 중국도 가고, 몽골도 가고, 미국도 갔다. 중국 오지에서 길을 잃고, 미국 거리에서 삥을 뜯긴 적도 있다. 낯선 곳에서 이상한 피부병에 걸린 적도 있다.


한때는 음악에 빠졌고, 한때는 미술에 빠졌다. 운동에 몰입했다가, 어느 순간 영화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엔 늘 조바심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또 쓸데없는 것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


마흔이 넘어서야 나는 알게 됐다. 그때 내가 즐긴 것들이 사실은 나를 만들어줬다는 걸. 내가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떠돌던 시간들이 조용히 내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고,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의 결이 되었다는 걸.


세상에 쓸데없는 건 없다. 모든 것이 나를 만든다. 특히,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건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값진 쓸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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