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찾아온 후배의 용건
내가 16년 동안 다닌 회사를 퇴직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올해 초, 후배가 나를 찾아왔다. 예전 회사 후배다.
과거 그 후배와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나는 감성적인 성향이고, 그는 논리적인 성향이라 서로 잘 맞지 않았다. 후배가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어떤 용건인지 혼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하지만 후배의 용건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후배는 나에게 사과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내가 퇴직을 앞두고 있을 때, 그가 나를 차갑게 대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사실, 그때 나도 회사를 차갑게 바라보던 시기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던 때였고, 휴직도 했었으며, 회사 일도 어느 정도 손을 놓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차갑게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독립하여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거의 2년 만에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었다.
누군가의 사과를 받는 것은 참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에게는 정말 사과 이외에는 다른 용건이 없었다. 그 사과 한 번에 그가 다르게 보였다. 나는 그가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과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그릇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이제는 내가 내 그릇을 보여줄 차례였다. 괜찮다고, 그리고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했다.
집에 돌아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친하지 않은 사이도 그렇고, 친한 사이 또한 마찬가지다. 친하지 않다면 친하지 않기 때문에, 친하다면 친하기에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과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은 믿을 수 있다. 혹시나 나도 미루고 있는 사과가 있지 않은지 이 글을 쓰면서 반성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