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죽을 만큼 힘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쏟아지는 업무에 치이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실수도 많았다. 영어는 부족했고, 그 탓에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버티고 나니, 어느 순간 영어가 훨씬 편해져 있었다.
국내에서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30대 후반이 되어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다. 무엇이 맞는 길인지 몰라 헤매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때는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방황과 고통이 결국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그렇다.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결국, 그 시간이 쌓여 나의 경험과 자산이 된다.
미국에서 버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영어를 편하게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길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작가가 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내 것이 되고 있었다.
혹시 당신이 방황하고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 헤매고 있는 이 땅이, 어쩌면 네 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헤매고 있는 이 시간이, 사실은 모두 당신을 위한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