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이 없고,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모소대나무(毛竹, Moso Bamboo)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극동지방에 자라는 모소대나무는 5년 동안 싹을 틔우지 않고 오직 뿌리만 내린다고 한다.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서로 얽히고설켜 단단한 중심을 만든다. 그 뿌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지진이 나도 그 지역의 땅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뿌리를 내리는 동안 지상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5년째가 되는 어느 날, 하루에 30cm 이상 폭발적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 6주 만에 15m까지 자라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루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당시의 나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던 과거의 나는 매일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소대나무에게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없었다면, 15m를 자라는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모소대나무는 5년 동안 싹을 틔우지 않는 자신을 자책했을까? 그럴리가 없다. 성장을 위해서는 단단하게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금도 내가 헛된 노력을 하는 것 같을 때, 조용히 바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을 모소대나무를 떠올린다. 내가 하는 노력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깊이 뿌리내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은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나는 지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