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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죽음

by 부아c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었다. 가끔 식사도 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이번 달에도 만나기로 했는데, 얼마 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40대 중반, 아직 젊은 나이였다. 특별한 병도 없고 운동을 즐기던 분이라 사고인가 싶었지만, 장례식장에서 들은 소식은 심장마비였다. 새벽에 혼자 달리시다가 심장에 무리가 왔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에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실, 죽음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은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언제 죽을지 걱정한다면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죽음을 떠올리면,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장례식장을 나와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 좋은 것은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분은 늘 "아들 보러 가야지"라고 말씀하셨다. 그 분의 아들은 미국 명문 대학을 다니고 있다. 대학도 못 나온 자신에게 자식은 평생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미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고, 결국 더는 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도 살아가며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중에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로, 사랑의 표현을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사소해서, 민망해서, 귀찮아서 자주 미루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을 보장받지 못한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표현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나누는 인사나 대화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 와서 와이프와 아이들을 한참동안 꼭 안아주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않고, 사랑을 아끼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 특히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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