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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장애가 왔을 때 친구가 해 준 말

by 부아c

직장 10년 차, 공황 장애가 찾아왔다. 아무 이유 없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떻게 해도 이 증상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우울증까지 덮쳐왔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친구를 만났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내가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항상 괜찮아야 한다고 믿지. 그런데 그렇지 않아. 사람은 누구나 힘들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먼저, 힘들다고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해. 나에게도 힘든 시기도 있을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게 시작이야. 인정을 해야 나아갈 수 있어. 내가 힘든데 그걸 내가 인정하지 않으니, 병이 오는 거야."


그 말을 듣는데,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힘들면서도 애써 아닌 척해왔다. 괜찮아야 한다고,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힘들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해야 한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버티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아주 조금, 편해졌다.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받아들였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이 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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