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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이 되었던 이유

by 부아c

대학 시절, 친한 친구에게 한 학기 동안 적은 필기 노트를 빌려 준 적이 있다.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도 있었다. 내가 한 만큼 그도 뭔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처음엔 ‘깜빡 했겠지’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짐작하고 실망하고 나중엔 원망까지 하게 됐다. 그렇게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다가 결국 내가 먼저 거리를 두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에 나 혼자 미움을 만든 것이다.


베풀면서 기대하는 마음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베품은 순수해야 한다. 조건을 단 순간, 실망이 생기고 결국 상대를 원망이 된다. 상대가 보답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받는다. 그러다 마음이 지옥이 되고 상대와 멀어지게 된다.


진짜 선의는, 그냥 주는 것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푼 다음에 잊어버리는 거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마음이 강하다면 베풀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면, 기대를 내려놓고, 그냥 주면 된다. 그런 마음에 사랑이 깃든다.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 없고 돌아오면 기쁜 마음이 몇 배가 된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관계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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