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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아끼지 않는 사치

by 부아c

나는 나에게 돈을 크게 안 쓰는 편이다. 술자리 모임을 즐기지도 않고, 별다른 레저 활동도 없다. 쇼핑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나를 위한 몇 가지 특별한 사치를 부린다.


KTX를 탈 때 주로 특실을 탄다. 몇 달에 한 번이다. 왕복 10만 원이 넘지만, 특실의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다. 특별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쓰는 시간이 좋다. 물 한 병과 견과류도 공짜다. 스스로에게 특별함을 선물하는 느낌이 든다.


한 달에 책 5권을 산다. 10만 원 정도지만,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가끔은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생겨도, 지근거리에 늘 새로운 책이 있다는 게 나를 고양시켜 준다.


가끔 마사지를 받는다. 신체적 접촉이 정서적 안정에 좋다는 논문을 본 뒤로, 발 마사지를 2달에 한 번 받는다. 몸과 마음을 위한 작은 힐링이다.


거의 매일 커피 한 잔을 산다. 하루 2천 원, 한 달이면 6만 원. 작은 습관이지만, 기분을 좋게 해준다.


이렇게, 한 달에 20~25만 원 정도, 내가 나를 위해 사치를 부린다.


연봉이 몇 배가 뛰어도 변하지 않을 작은 사치. 연봉이 줄어 들어도 변하지 않을 작은 사치. 내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편하게 해 주는 사치. 힘들고 지친 날에도 다시 내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사치.


살아가며 가끔은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위한 하루도 좋지만, 가끔은 나를 위한 하루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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