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40대 퇴사, 공무원 아니고 공기업 아니면 이제는 아주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몇 년 전, 40대에 퇴직한 예전 직장 선배를 만났는데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 안 된 퇴사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씀드릴게요.
참고로 오늘 이야기는 그분께 민감할 수 있으니 약간 각색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직장 선배 이야기입니다. 2년 전 가을, 회사에서는 대규모 권고사직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피해갔지만 (그 이후 대상자가 됨) 선배는 당시 권고사직 대상이 되었습니다.
선배는 외벌이에 초등학교 자녀 둘이 있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할 정도로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고, 초등학교 자녀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자신이 대상이 될 줄 몰랐다고 합니다. 40대가 넘기는 했지만 앞으로 10년은 회사 생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회사가 힘들어지고 부서별로 강제로 몇 명씩 권고사직을 해야 하니, 나이가 가장 많았던 선배는 바로 대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몸 바쳐 일한, 충성을 다한 회사가 이제는 나를 내치려고 하다니.
버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그런 결정을 하고 팀장이 그런 결정을 하고, 부서원이 모두 알게 되면 버티기가 쉽지 않죠.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 나간다고 하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대신 누구도 대신 나가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그분을 위로해 줄 뿐이었죠. (물론, 남는 주제에 위로를 표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회사만 보고 살았던 사람이 나가게 되면 할 것이 없습니다. 딱히 잘하는 것도 무언가를 할 밑천도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패키지를 주고 무슨 취업 지원 센터와 연결을 해 주죠. 이직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대기업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 나가서 할 수 있는, 일반 문과 기준에서, 별로 없습니다.
취업을 시도하면 그 기간에 나라에서 지원금도 나옵니다. 그런데 그건 용돈 정도밖에 안 되죠. 온 가족이 먹고 살기에는 턱도 없습니다. 그나마 6개월 정도만 지속됩니다. 권고 사직을 하면 위로금과 기존 퇴직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이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회사가 나에게서 사라지면 정말 모든 것이 막막합니다. 그냥 실업자. 무직자가 되는 거죠. 회사 사람들은 모두 연락을 하지 않고, 자신이 연락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지죠. 자존심도 상하고, 연락해 보았자 그 사람들이 부럽기만 할 거고. 자신의 10년, 20년이 모두 송두리째 부정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분노하고 슬퍼한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위로금과 퇴직금 일부를 생활비로 쓰기 시작하면서 돈은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선배는 지인의 가게에서 일하고, 배달하고, 와이프도 카운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경험이 없으니 지인의 가게에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지금은 마음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회사를 나오게 되고, 그 이후에 분노하고 슬퍼한 시간, 그 1~2년이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감정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회사를 나와 동일시하는 것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됩니다. 회사는 나의 일부일 뿐입니다. 언제든 내가 회사를, 혹은 회사가 나를 떠내보낼 수 있는 것이지요.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하면, 스쳐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항상 내가 나의 미래를 지키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연말이 되어가네요. 오랜만에 선배에게 전화를 드려서 술 한 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