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다정한 사람들은 대개 조용했다. 말수가 적고, 말투는 조심스러웠으며,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다정함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삶을 겪으며 배운 태도라는 걸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대체로 과거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말에, 태도에, 혹은 무심함에 깊이 베인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쉽게 단정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고, 이해하려 애쓴다.
다정한 사람은 대개 자신도 아팠던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말의 칼날을 기억하기에, 누군가에게 칼이 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말 앞에 ‘혹시’라는 단어를 붙이고, 부탁보다 양해를 먼저 구한다. 그것은 마음의 기술이자, 진실어린 배려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말보다 마음을 먼저 건넨다. 그래서 이런 사람의 말은 대개 조심스럽고,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로 이어진다.
표정이 부드럽고, 말투가 낮고, 쉽게 웃어주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마음을 많이 다스려온 사람이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준 그 말 뒤에는 수많은 감정이 걸러져 있다. 조심스러운 태도는 불편함이 아니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정한 사람을 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저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얼마나 아팠으면 저렇게 조심스러울까. 상처 입은 마음이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언제나 나를 조용히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