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기업 직장인들 40대가 되면서 하나둘씩 회사에서 밀려나갑니다. 저도 그런 케이스고 제 주변에 동기,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밀려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보통 다음의 5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단계들이 천천히 진행되기에 정작 본인은 잘 모릅니다. 저는 저의 과거와 제 동료들을 보면 회사 다니는 40대가 대략 끓는 물 속에 있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달 월급 받으면서 뽕을 맞는 거죠. 하지만 물의 온도는 계속 올라갑니다. 언젠가는 너무 뜨거워서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그때는 이미 늦었죠. 맨몸으로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1단계: 승진에서 누락되기 시작합니다.
사원으로 들어가서 대리까지는 모두 진급을 합니다. 물론, 조금 늦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지만 이때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과장까지도 웬만하면 진급을 합니다. 그런데 만년 과장, 만년 차장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이때부터 진급 누락이 시작됩니다.
사실 기업은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치열합니다. 누군가는 과장에서, 누군가는 차장에서, 누군가는 부장에서 멈추는 거죠. 이때부터는 노력 반 체념 반입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올라가려고 더 노력하고, 누군가는 이제 포기하죠. 그래, 만년 과장, 만년 차장도 나쁘지 않아. 어차피 월급 차이 별로 안 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2단계: 후배가 상사가 됩니다.
만년 과장, 만년 차장을 하면서 40대 초반, 중반을 지나게 되면 관리자로 후배가 옵니다. 나보다 늦게 입사했던 후배가 이제는 내 상사가 되는 것이죠. 내가 입사 때부터 가르치고 갈궜던 후배가 상사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멘탈 붕괴됩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닌 척 하겠죠. 어차피 회사를 잘 다녀야 하니까요. “난 괜찮아, 편하게 대해줘”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겁니다.
그런데 상사는 업무 지시를 하고 내 고과를 주는 사람입니다. 후배가 상사인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겠죠. 그리고 내가 괜찮아도 상사가 불편합니다. 늘 자신을 하대하던 선배가 이제 부하직원이 되었는데 후배라고 마음이 편할까요? 그리고 주변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일 것입니다. 주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런 열등감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는 거죠.
3단계: 저고과를 받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은 A, B, C, D 이런 기준으로 고과를 주는데, 낮은 고과를 받으면 연봉도 삭감됩니다. 예를 들어, C 등급이면 5%, D 등급이면 10% 이렇게 삭감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1, 2, 3, 4, 5점을 주는데 5점이면 높죠. 1점이라는 점수를 받으면 연봉 삭감 10% 정도에 매 분기 퍼포먼스 리뷰도 받아야 합니다.
자, 제 상사가 된 후배가 저에게 좋은 고과를 줄까요? 빠릿빠릿하고 장래가 유망한 신입이나 사원, 대리들 챙겨야죠. 어쩔 수 없어 만년 과장, 만년 차장에는 저고과를 주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매년 내 연봉이 삭감되는 거죠. 40대 중반에 매년 연봉 삭감되고 퍼포먼스 리뷰 받고 있으면, 이제부터 제대로 멘탈 털리기 시작합니다.
4단계: 업무와 근무지가 바뀝니다.
보통 3단계에서 회사 탈출을 계획하죠. 이렇게는 회사 못 다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더 큰 문제가 나를 찾아옵니다. 이제는 업무와 근무지가 바뀔 수 있습니다.
제 선배는 영업부 출신으로 서울에서 일했는데 어느 순간 공장으로 발령이 나더군요. 공장은 평택에 있습니다. 40대 중반 한참 애들 키울 나이에 갑자기 새로운 일을 맡고, 지방으로 발령 나면 멘탈 제대로 무너질 것입니다. 만년 과장, 차장에 매년 연봉도 깎이더니 이제는 업무도 바뀌고 연고도 없는 지방에 쫓겨나게 됩니다.
5단계: 구조조정이 시작됩니다.
보통 4단계까지 가면 알아서 그만두겠지만, 또 멘탈이 좋은 일부 사람들은 여기까지도 남아 있을 겁니다. 이제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내립니다. 인사부가 와서 회사를 그만둘 것을 권유하는 것입니다. 말이 권유지 지금부터는 모든 수단을 다해 합법적인 수준에서 회사에서 나가게 만듭니다.
만약,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협박을 합니다. 나도 기억 안 나는 컴퓨터 사용 기록, 지각한 것들, 비용 처리한 것들을 문제 삼아 업무 태만 등으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말하죠. 이렇게 말해서 겁을 먹으면 이제는 회유를 합니다. '좋은 조건으로 이번에 희망퇴직을 한다. 단, 이번뿐이다. 다음에는 없다. 지금 나가면, 이 정도 돈이라도 받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까지 오면 여기까지도 버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멘탈이 5단계를 거쳐서 탈탈 털리면서 회사를 반강제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3단계나 4단계에서 회사에서 나오게 되는데, 5단계까지 가는 사람도 있고, 5단계에서는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어떤가요? 무섭나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새로운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저성과자를 보내고 또 새 피를 수혈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나, 내가 회사에 청춘 바쳤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겠죠.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초반에 끓는 물 속에 개구리 말씀드렸죠.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민감하게 느껴야 합니다. 5단계 중 1단계로 돌아가 보죠. 내 승진이 누락되면 '아, 내가 회사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2가지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겠죠. '내가 더 열심히 해서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지', '혹은 어차피 인정 못 받는 것, 회사 외의 시간에 다른 것을 준비해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 내가 자립해야겠어'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어중간하게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쫓겨나고 사회에 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물론, 시간을 보내면서 위기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죠)
걀국 제가 말씀드린 2가지 중에 하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 내에서 혹은 회사 밖에서 경쟁력이 생깁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닙니다. 회사는 그냥 계약 관계죠. 언젠가는 계약이 종료됩니다. 그러니, 어느 방향이든 반드시 당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이과 계열은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