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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Oct 30. 2019

3. 알콩달콩 네 식구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자신의 영역에 남이 침범하는걸 상당히 경계한다.


2달간 온 몸에 두 집사의 사랑을 받으며,

이제 집 구석구석에도 적응을 끝낸 애용이에게는,

새로운 식구 그릉이의 등장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애용이의 모습은 없고,

온 몸에 털을 세우며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그릉이를 잡아먹을 듯이 하악거리는 모습은,

우리 부부에게는 충격 아닌 충격이었다.


겨우 2개월 차이지만 덩치는 2배 차이였던 

애용이와 그릉이.


애용이는 솜방망이를 쭉 뻗으며 그릉이를 위협했다.


하지만 순딩이 애용이는 겁쟁이었다.

덩치가 더 작은 그릉이가 애용이에게서 숨을 수 있도록 

이동장을 갖다놨는데,

겁쟁이 애용이는 그 이동장에 숨어서 

의미없는 솜방망이질을 했고,


저 쪼그만 그릉이도 덩치가 커보이려는 본능으로,

온 몸에 털을 세우며 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마주치기만 해도 하악거렸던 녀석들이,

조금씩 경계를 풀고 있었다.



보통 합사라는걸 하게 되면, 

아무리 어린 녀석들이어도 몇 일의 기간을 두고 하는데,

초보 집사였던 우리가 그런걸 알 리가 있나.


어차피 앞으로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야하니 

지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두자는 나의 뜻대로,

그냥 둘을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도록 두었더니,

이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래도 긴장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아침에 먼저 일어난 아내가 침대로 달려와 

다급하게 나를 깨웠다.


"빨리 일어나서 이거 봐봐!"


겨우 일어나 마루로 나가보니,

아내가 다이소 네트망으로 만들어 준 놀이공간에,

두 녀석이 같이 있었다.


심지어, 이런 모습으로!


얘네가 잠에 취해서 

저렇게 서로 기대고 있는건가 싶어서,

맛있는 간식을 주려는 액션을 취하자,

벌떡 일어나서는 저렇게 사이좋게 앉았다.


이렇게 하루만에 성공적으로 합사가 끝나고,

애용이와 그릉이는 서로가 없으면 안될 것처럼,

너무도 다정하고 사이좋게 그렇게 지내주었다.


애용이는 첫째답게,

소변보고 온 그릉이를 핥아주기도 했고.


둘이 나란히 맛있는 사료를 먹기도 했다.

(그릉이는 자기 앞에 그릇말고 애용이꺼 먹는다는건 함정)


그리고도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 머물며,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다정하게 친해졌던 

착한 애용이, 그릉이,


동물병원도 이동장없이 가고.

(둘다 그저 졸립다...ㅋㅋ)


애용이의 어깨 감싸기 스킬.


두 녀석들이 알콩달콩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걸 보는 우리 부부도 알콩달콩 웃음이 넘치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 네 식구는 행복한 연말을 맞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둘째, 그릉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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