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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han Jun 30. 2019

알렉스룸에서 알렉스 빼기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

이십 대의 마지막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는 파티 대관 손님들

알렉스룸은 카페이다. 기본적인 정체성은 카페에 있고, 그래서 오픈은 낮에만 하고 있다. 을지로에서 커피를 파는 대부분의 공간들은 사실 밤 시간에 와인을 팔아 그 덕에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몇 층의 계단을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테이블이 많지 않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쉽게 차나 커피를 사서 갈 수 있지 않은 탓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운영이 어려운. 많은 공간들이 작업실을 겸하거나 친구 몇 이서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동업을 하곤 하는데, 생업으로 가져가기엔 아직 조금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슬프기도 한 현실.


개중에 이른바 미디어를 통해 '떴다'라는 공간 몇 군데는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래 봤자, 기본적으로 이 곳에 있는 공간들은 장사가 잘되어 '떼돈을 버는' 일반적인 상권과는 조금 다른 사정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공간들은 대관이나 아트 클래스 등을 운영하는 부가수입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알렉스룸도 대관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몇 차례의 파티 또는 모임의 장소로 활용이 되었다. 낮에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알렉스룸이지만 밤에 와본 사람들은 사실 밤이 낫다고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낮에 회사를 다니는 등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기 힘든 운영시간을 갖고 있는 탓에, 술을 좀 파는 게 낫지 않겠냐는 핀잔도 함께. 얼마 전 이십 대의 마지막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알렉스룸의 밤을 빌린 손님들이 있었는데, 마음속으로 이 젊음들이 공간을 잘 활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던 일이다. 그들에게 이 공간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테니까.


브랜딩의 정점, 특히나 공간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다. 공간의 주체가 중요한 만큼 또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결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알렉스룸이 재미있는 것은 아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 누구는 이른바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통은 5층의 어려운 장벽을 넘어 가게 문을 열 땐 인상을 찌푸리며 들어오기 일쑤인데, 아직은 대부분 나갈 때 표정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알렉스룸에 채워지는 앞으로의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


벌써도 기억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오픈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근처 와인바에서 파트타임 잡을 하고 있다는 한 어린 여성분. 너무 착한 표정을 하고 다시 꼭 오겠다고 했는데 못 알아본 탓인지 다시 뵙지를 못했다. 또 한 번은 이제 막 문을 닫았던 7시, 잠시 옥상에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계단에 주저앉아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던 세명의 손님들. 땀을 뻘뻘 흘리며 '문 열어주시면 안돼요? 저희 대구에서 왔는데' 해서 내렸던 조명 스위치를 다시 올리고 문을 열어 차를 내 준 생각이 난다. 


그리고 역시나 알렉스룸에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서로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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