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ex han Jul 05. 2019

6 Tables.

을지로의 작은 카페.

6팀이 들어오면 자리가 꽉 찬다.

 알렉스룸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간을 알리고 있다. 1층엔 현판이 붙어있긴 한데 거의 보이지 않아 장소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조차 알아보지를 못한다. 어제는 가게 앞 구둣방 할아버지가 물끄러미 건물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부르신다. '거기 5층에 카페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간판이라도 좀 눈에 띄게 붙여놓지 그래? 사람들이 거기 그런 게 있는 줄 어떻게 알겠어?' 빌딩 관리소장님(역시 할아버지)께서 말씀해주신 것 같은데, 을지로 특유의 드라이한 정감 - 요즘 말로 츤데레가 쩐다 - 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 카페에 왔던 손님 한분이 본인 인스타에 '되게 신기한 곳에 있다'라고 올렸던 것처럼, 알렉스룸은 도통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심지어 5층에 있어 지나가다 보일 일도 없다. 그렇게 알음알음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져야 올 수 있을만한 곳인데 지난주 주말엔 처음으로 잠시 웨이팅이 걸릴 만큼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가게 내 자리는 열개 남짓. 바 자리를 포함해도 6팀이 들어오면 자리가 꽉 차 버린다. 웨이팅이 걸렸다 해도 정작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곳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제법 분주한 주말이었지만 평일엔 다시 차분한 시간들이 지나간다. 하루에 두엇, 많아봐야 네다섯 팀. 카페를 조용히 지키다 보면 이런 손님들이 들어와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또 저런 손님들이 들어와 수다를 떨고 나가기도 한다. 어려운 곳에 오시는 분들 모두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와주어 고맙다는 마음보다는, 어려운 곳에 찾아왔으니 고생하였다는 공감의 마음에 가깝다.


 가게가 작다 보니 한두 팀만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그분들의 성격에 따라 가게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용한 분들, 즐거운 분들, 가만히 앉아 사진만 찍는 분들 수다스럽게 웃고 떠들다 갑자기 일어서시는 분들. 처음엔 그런 분위기에 내가 어떻게 있어야 할지가 꽤 곤혹스러웠는데, 이제 제법 요령이 생겼다. 조용히 그분들이 공간을 즐기실 수 있게 배려하는 스킬이랄까.


 하루는 어떤 손님께서 수북이 쌓여있는 내 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사장님 마케팅 공부 열심히 하시나 봐요, 책들이 많네요'하며 빙그레 웃으신다. 나도 네에 하며 미소를 지었는데.


 어쩌면 이 시간들이 얼마나 금쪽같은, 소중한 순간들인지.


created by alex.

매거진의 이전글 알렉스룸에서 알렉스 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