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못 오거나, 아무도 안 오거나.
'알렉스룸 고급 카페야.'
지인들에게 농으로 종종 던지는 말이다. 고급이란 말에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아무나 오지는 않는 카페인걸 보면 둘 중 하나일 텐데, 망해가는 카페이거나 정말 아무나 오기 힘든 카페이거나.
가끔 손님에게 메뉴를 드리곤 등 너머로 '커피가 칠천 원이야'라는 탄성을 듣기도 한다. 후미진 골목에 여기가 맞나 싶어 심지어 옆 건물을 정복하고 어렵게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나마도 오층에 있어 숨을 헉헉 고르며 간신히 또 이 문이 맞나 싶은 문을 열고나면, 공간이 그 속에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메뉴를 받았는데, 커피값이 칠천 원. 여기 뭐하는 곳이냐는 말이 나올 만도.
그래서인지 신기해서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렉스룸은 고급 카페는 아닌데 재료는 늘 고급을 쓴다. 정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라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원료를 쓰고 커피값을 비싸게 붙여놨으며 그래서 그만큼 오신 분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최대한 편히 쉬다 가실 수 있도록 한다. 머리 한편으론 당연히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공간의 의미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며.
알렉스룸은 을지로에 다른 공간들의 사장님들이 낮에 커피를 마시러 종종 찾아오시곤 하는데, 사실 장사는 내가 하는 알렉스룸보다는 그분들에게 어깨너머로 더 많이 배우고 있는 듯하다. 가게를 차리신 사장님들은 이년이 되신 분도 있고 이제 한 달이 되신 분도 계시는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을지로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한 시점에 모두 펼쳐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누구는 개척하고 어떤 이는 꽃을 피웠으며 누군가는 수확을 한다. 개척한 사람이 꽃도 피우고 수확도 해야 마땅한 것 같은데 그게 또 가끔은 모두 다를 때도 있다.
얼마 전 을지로는 아니었지만 애정을 갖고 지켜보던 어떤 공간 하나가 일 년을 운영하고 이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만 응원했었지. 조만간 문을 닫기 전, 그곳에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