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슬기로운 직장생활, 패스파인더넷, 이직, 퇴사, 창업, 스타트업
여러번 회사를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어떤 동기로 그렇게 결단을 내리기 되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매번 동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일관되고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탈탈 다 털려서 밑천 다 드러나겠구나 싶은 위기감이 왔을 때마다 그렇게 했다. 꼬치를 먹는데 하나 하나 빼먹기만 하고 다시 채워지는 것이 없거나 꼬치가 빠지는 속도 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느릴 때...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꼬치 다 빼먹고 남은 거 하나 없게 되고, 결국엔 연차 이외에는 내세울 것 없이 무능하여 좀비처럼 다니는 회사 아니고는 딱히 대책도 없고 아래 위로 욕먹는 그런 사람이 되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 말이다. 더구나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을 빼면, 생존력과 전투력이 사라지는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 회사 그만 두면 대책이 없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을 때도 수시로 외부에 지원해서 밖에서의 내 몸값을 확인하면서 살았다. 위기감이 조금씩 현실화되면 다음 커리어로 옮겼고...
밑바닥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면, 단순히 새로운 경험이나 취미를 넘어서서 아예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해서 다른 일로 꼬치를 다시 채웠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새로운 경험이나 취미는 꼬치를 채우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정신적 위안과 기분전환이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즐기는 건 노는거다, 제대로 잘하려면 절대 즐겁지 않다. 즐기는 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고통 감수하면서 미친듯이 해내는 자가 이기는거다. 이기고 나서 오는 커다란 기쁨 그 한방이 그동안의 고통을 씻어주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