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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16. 2016

밀정, 멋지고 숨막히고 아찔하고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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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멋지고 숨막히고 아찔하고 아련하다! (평점 9.5/10)


영화 밀정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캐스팅부터 소재, 시놉시스까지 내가 완전히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문제는 감독 때문이었다. 김지운 감독과는 코드가 맞았다 안맞았다를 반복하는데, 장화홍련처럼 맞으면 완전히 홀딱 빠지고 안맞게 되면 영화를 보는내내 딴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밀정을 도저히 안 볼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추석 연휴 전날, 회사가 일찍 파하게 되어 무작정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밀정을 봤다. 그리고... 와우~~ 이번에는 김지운 감독의 연출까지 내 심장을 정확하게 저격했다! 영화를 보는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가슴이 갑갑하고 터질 것 같았고, 정말 말이 필요없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단번에 각인되었다!



누가 우리편인지 구분이 안되고 선과 악이 구분이 잘 안되는, 서로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밀도 높은 긴장감을 좋아한다. 캐릭터들 각각의 신념과 신조, 생각과 감정이 드러나고 극대화되다가 서로 극렬히 충돌하고 떨어졌다가 다시 붙고 사라지고 바뀌는 과정이 스크린 밖으로 에너지를 내뿜는 영화를 좋아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있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렇다. 영화 밀정은 앞선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시놉시스에 캐스팅만으로도 기대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김지운 감독은 내 취향과 잘 맞았다. 역시나 김지운 감독은 갇혀있는 공간에 능숙하다. 넓게 오픈된 공간을 넓게 썼던 놈놈놈은 그래서 나와 잘 안맞았었다. 어떤 공간이던 좁게 보이게 만들어서 그 안에 디테일하게 감정과 에너지를 몰아넣는데 능숙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밀정은 그런 스타일에 정확하게 맞는 종류의 영화였다. 한장면 한장면 스크린에 몰입을 시키는데, 이는 배우들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감독이 연출을 정말 잘했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밀도 빽빽한 긴장감 속에서 폼만 잡지 않고 긴장감이 풀리지 않는 선에서 가끔 유머를 더하고 신파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와 어울리는 감동코드로 양념을 치면서 관객을 쥐락펴락하더라. 



영화 밀정의 중심에는 당연히 송강호가 있다. 공유와 서로 이기적인 목적으로 접근했지만 호형호제가 점차 감정으로 엮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갑갑하게 인생과 신조가 조여지고 쪼개지고 뒤바뀌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극에서 극으로 변하는 내적변화를 겪는데 역시 송강호가 아니면 못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오버해서 연기하지 않아도 그의 눈빛과 표정, 손짓하나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을만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최근 내 경험이랑도 겹쳐지면서 더욱 완전히 동화되어 몰입되었다. 여기에 카메오라고 하기에는 분량이나 존재감이 엄청났던 이병헌의 강하지만 외로운 길을 가는 신념의 주인공은 의열단 대장으로서의 카리스마와 품격으로 씬스틸러 그 자체였다. 부산행에 이어 시대를 달리해서 서울역에 또 오게된 공유는 송강호의 아우라에 밀리지 않는 단단하고 결이 다른 존재감으로 영화의 중심축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그 외에 다른 배우들 역시 호연을 펼치면서 연기자들 간의 밸런스와 앙상블도 뛰어났다.



또한 20년대나 30년대를 배경으로 가오와 멋스러움이 낭만적으로 스며나오는 미국 갱스터영화들처럼 영화 밀정 역시 배경과 의상 등 하나하나가 마치 화보처럼 멋지다! 단지 쿨하게 비현실적으로 멋진 것이 아니라, 그 당시 현실을 꼼꼼히  되살려 리얼리티가 넘쳐서 더욱 멋스럽게 다가왔다. 어쩌면 비극적인 소재와 다르게 낭만적이고 쿨하기만 할 수도 있었으나, 이런 분위기를 대부분 비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의열단 활동과 대비되어 비극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면서도 영화 엔딩에서의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강력한 쾌감으로 만드는데 더욱 효과적이었기도 하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올해 TOP 3 안에 드는 정말 멋진 영화다! 생각있게 만들면서도 상업성과 작품성까지 모든 면에서 제대로 균형을 맞춰서 영화를 만든다는게 바로 이런거다!



밀정 (The Age of Shadows, 2016)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츠루미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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