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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16. 2016

터널, 제약된 장소를 영리하게 활용한 재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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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제약된 장소를 영리하게 활용한 재난 스릴러  (평점 9/10)


영화 터널은 터널 붕괴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이다. 하지만 예전에 나온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데이라잇'처럼 커다란 재난을 액션영화로 크게 포장한 것이 아니라, 터널 붕괴사고를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당연히 스펙타클이나 액션은 나올 수가 없고, 관 속에 갇혀있는 한 남자를 묘사한 수작 스릴러 '베리드'처럼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인공과 함께 폐쇄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로 꽤나 갑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영화 터널은 베리드 보다는 비교적 공간제약이 덜하지만 하정우와 함께 터널 속에 갇혀있는 경험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영화 터널은 재난영화라기 보다는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스릴러물에 가깝다.



터널은 구구절절히 앞에 이야기를 깔아가는 대신에 영화 시작하고 거의 곧바로 터널이 붕괴된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바로 치고 들어가는 용기가 짧지 않은 런닝타임을 생각할 때 걱정될 정도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영화를 이끌고 나가려고 이렇게 시작하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 제약된 장소와 상황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하정우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작은 변화지만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사건들을 꾸준히 발생시켜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하정우의 발군의 연기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겪게 되는 심리변화를 영화스럽게 오버하지 않고 오히려 냉정히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치밀하게 묘사해서 관객들의 몰입과 상황 공유를 자유자재로 이끌어 낸다. 터널 밖에서는 배두나와 오달수가 역시나 탄탄한 연기력으로 또 역시나 오버스러움 없이 드라이하고 리얼한 톤으로 캐릭터를 연기해서 단단히 받쳐주면서, 터널 안과 밖이 떨어져있지만 세 캐릭터가 함께 혹은 따로 영화를 단단히 지탱하면서 스토리와 감독의 연출을 극대화시켜준다. 



터널이 보여주는 또다른 재미는 현실을 너무 극명하게 조명하는 사회성에 있다. 언론, 정치, 그리고 한국사회의 비인간성에 대해 돌직구를 날리듯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관객들마저 잠시나마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것을 흠찟 놀라면서 반성하게 만든다. 현실을 영화 속에서 현실 보다 더 리얼하게 보게 되는 짜증과 분노는 가슴을 갑갑하게 만들지만, 이런 지적 없이 그냥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 보다는 대한민국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드는데 쓴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세상에 대한 화끈한 한마디가 주는 굉장한 카타르시스는 모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역시나 영화가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올해는 외국영화들 보다 유독 한국영화에 마음이 간 것들이 많다. 이런 해는 처음인 것 같다. 부산행에 이어 터널, 그리고 밀정까지 3연속으로 영화에 훅훅 마음을 홀렸다. 상대적으로 헐리우드 영화 중에 대단히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몇 편 없었다.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오히려 실망한 것들이 많았을 정도다. 9월달 가장 기대하는 영화가 '아수라'인데 이것마저 기대만큼 나와주면 정말 대단한 한해가 될 것 같다.



터널 (Tunnel, 2016) 

감독 김성훈 

출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신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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