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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n 17. 2019

[스타트업 코칭일기] '데이터 팔이' 수익모델 만만해?

스타트업, 육성, 사업, 창업, 패스파인더넷, 알렉스넷, 로켓티어

요즘 유행하는 스타트업의 수익모델 중 하나가 '데이터 팔이'입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정보를 모아서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팔거라고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최소한 AI(인공지능)와 데이터 사이언스(데이터 축적과 가공, 활용)를 헷갈려하거나 그걸로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사업모델을 접근했다는 점은 인정할만합니다. 정부지원사업의 폐해로 '데이터 팔이' 하면 무조건 이 두가지 하는거라고 개념조차 안잡혀있고 붕 떠있는 스타트업이 한 둘이 아니니 말입니다.


데이터 모아서 팔겠다는 말, 말로는 참 쉽습니다. 전 어떻게 데이터 모을 것인지는 묻지도 않습니다. 그 전에 누구에게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팔 것인지 먼저 묻습니다. 그러면 10중 8,9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서비스 운영을 통해 고객의 이러이러한 정보가 모일 것이고 그 정보에 관심이 있어할 만한 이러이러한 기업이나 기관에게 팔겠답니다. 그건 알겠다고! 그래서 누구에게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팔겠냐고 같은 질문을 한번 더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당연히 같은 말을 또 반복합니다. 딱 그 수준입니다. 어떻게 데이터를 모을 것인지 보다도 훨씬 더 고민도 노력도 안했습니다. 그저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팔리는 줄 압니다.


'데이터 팔이' 사업모델과 수익모델은 생각과 달리 매우 까다로운 아이템입니다. 먼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사업모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모여진 데이터를 기업이나 기관이라는 '고객'에게 어떤 제품, 서비스로 구성해서 제공하여 수익을 낼 지가 또다른 하나의 사업모델입니다. 즉, 단순히 생각해도 B2C 사업모델 하나와 B2B 사업모델 하나가 합쳐져 있는 복합적인 사업모델입니다. 더구나 두 고객의 속성과 접근방식이 완전히 상이합니다. 노력과 에너지는 당연히 단순 사업모델 대비 2배 이상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원래 사업모델을 중심에 두고 수익내기가 만만치 않으니 새로운 수익모델을 더하는 개념으로 '데이터 팔이'를 덧붙이니 이런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데이터를 팔고 싶으면, 처음부터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 구성할 때부터 동시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비스 이용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고객, 정보를 받아서 활용할 고객을 나누고, 각 고객이 속한 시장과 함께 미친듯이 파봐야 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일반 소비자 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고객인 B2B고객입니다. 그들은 대개 일반 소비자 보다 많은 돈을 쓸 수 있지만 지갑 열기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이들에게 데이터를 팔고 싶으면, 이들이 원하는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며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고객 보다 훨씬 더 잘 알아야만 합니다. 이미 해당산업의 전문가인 고객보다도 더 전문가여야만 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객은 구매한 데이터를 가지고 '돈'을 더 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데이터 팔았다는 실적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조차도 누구에게 팔았는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서로 몰라서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하는 스타트업끼리 거래한건지, 아니면 해당산업의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 같이 있어서 육성차원에서 사준건지, 혹은 '엔젤'이 고분분투하는 스타트업 도울려고 사준건지... 전 해당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존산업내 기업 담당자나 전문가가 돈주고 구입한 것만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급한 금액이 해당 데이터의 객관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판단하기도 좋습니다.


Raw Data 쭉 긁어서 기업고객에게 팔거라는 생각처럼 아무 생각, 아무 고민 없는 접근도 없습니다. 당장 지금 사업하고 있는 당신에게 누가 당신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서 정돈되지 않고 목적성도 약한 Raw Data를 돈주고 사라고 하면 사실건가요? 자기가 사지 않을 Data를 왜 상대방이 살거라고 생각하는지요? 그나마 이런 Data라도 제대로 모으기 위해서는 고객과 자신이 분석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 항목들이 필요할지부터 정돈해서 서비스 운영시 반영을 해야 합니다. 그냥 쌓이는 Data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최근 데이터를 파는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니 더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이 언제 사업을 시작했고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살펴보면 최소 수년이 걸린 스타트업들입니다. 그 기간동안 데이터를 축적하고 어떻게 가공해야 하고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충분히 경험치가 쌓인 상태에서 이제 겉으로 나왔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데이터 팔이로 돈 제대로 벌고 있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스타트업이 전통산업이라 무시하는(?) 기존 산업, 기존 기업에서는 빅데이터 열풍이 이미 십수년전부터 휩쓸고 지나가서 데이터의 가치와 활용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대부분 스타트업들의 데이터 팔이는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잠재고객과 무상으로 데이터 프로젝트라도 함께 해 보면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 클랜징' 작업 딱 한번만 해봐도 데이터 팔거란 말 쉽게 못할텐데 거기까지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무료라고 해도 같이 안하려고 하는게 99%일텐데 말입니다. 예전 회사에서 데이터 돌리기 위한 Raw Data를 만들기 위해, 오롯히 Raw Data만 수백개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의 데이터를 모아서 데이터 클렌징 작업하고 정리하는 작업만 다른 일 하나도 못하고 2주씩 걸렸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스타트업의 데이터팔이가 가능하려면,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Data가 아니라 Information을 팔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구입한 고객이 자기 사업이나 일에 성과를 더해줄 수 있는 임플리케이션이나 인사이트를 명확하게 뽑아서 던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로 해야 관심이라도 보일 것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미 수십가지 정보채널과 루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정보를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니 살 가능성은 여전히 낮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팔이는 단순히 사업모델의 부대 수익사업으로 접근할만 한 것이 아닙니다.


깊은 고민 없이 데이터 팔겠다는 것은 수익모델 못찾아서 데이터를 팔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수익모델 못찾으니 가상화폐 발행하겠다는 것과 똑같이 느껴집니다.


가공되지 않고 임플리케이션과 인사이트 없는 Data는 그저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는 아무도 안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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