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Oct 02. 2016

시대착오적 접근으로 느와르를 표방한 코메디가 된 아수라

(노 스포일러) 영화 아수라 후기, 아수라 리뷰, 아수라

아수라, 시대착오적 접근으로 느와르를 표방한 코메디로 주저앉은 아쉬움 (평점 3/10)


영화 아수라는 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던 초기대작이었다.

'물지 않으면 물린다. 이 곳이 지옥이다.'라는 카피에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였다. 신세계, 내부자들에 이어 한국형 느와르의 완성을 이뤄줄 작품이었다. 영화 3~4편은 족히 만들만한 연기파 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과 모든 캐릭터가 악인으로 각 캐릭터 간의 숨막히는 기싸움이 스크린 밖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점차 지옥에 빠지는 극한 상황이라는 배경 역시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연기파 배우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고 서로 충돌하게 만든다는 설정만으로 기본 이상은 해낼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망가진 영화가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 아수라를 보고 나니...

곡성은 호러를 표방한 코메디였는데, 아수라는 느와르를 표방한 코메디였다. 

한마디로 '아수라'는 '아수라장'이었다, 어이 없는 웃음이 내내 나오는... 하~ 그저 한숨만이... 



21세기에 1990년대 감성을 가진 시대착오적인 접근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스토리 전개는 영화 중반 이후 와르르 무너지면서 통제 불능상황으로 간다. 아무리 영화지만 현실적인 소재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만큼 리얼리티 면에서 어느정도 제한이 있어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신세계와 내부자들, 베테랑 등은 영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했지만 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하지만 아수라는 어느 순간 영화가 기우뚱하더니만 리얼리티를 포기하고 90년대 조폭 판타지 비슷하게 관객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당혹스러운 판타지로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이게 현실인양 시치미 뚝 떼고 자기 할 말만 한다. 거기에 손발 오그라드는 어이 없는 대사들과 행동이 어설픈 신파와 가끔 섞이기도 하고, 각 캐릭터들은 순간순간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한다. 거의 대부분 캐릭터가 의외로 평면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보니 거기에 맞춰서 그냥 힘과 힘의 충돌만에 집중했어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갑자기 행동의 일관성을 상실해버리는 경우가 곳곳에 발생하니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거기에 90년대 '비트'의 감성으로 그저 허세와 멋과 간지를 바닥에 잔뜩 깔아놓아서 가뜩이나 스토리전개와 엉망진창인 캐릭터와 대사들을 더 어이없게 만들어버린다. 그저 욕만 잔뜩하고 폭력적이면 그게 남성적 카리스마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듯한 시나리오야 말로 영화 아수라의 가장 큰 안티가 아니었나 싶다. 진정한 두려움과 악마적 에너지는 아수라의 캐릭터들처럼 겉으로 무조건 쎄게 터뜨리기만 하는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억눌려있던 인간의 악마성을 조용히 끌어내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크나이트'의 조커나 '007 스카이폴'의 라울 실바, '미션임파서블 3'의 오웬 같은 악당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수라의 캐릭터들 대부분은 그저 싼티나게 입만 걸걸한 양아치 분위기이다. 그래서 별로 무섭지가 않다. 



배우들 역시 실망스럽다. 정우성은... 아... 정말 할 말이 없다. 정우성이 맡기에 캐릭터가 너무 깊고 어려웠다. 황정민은 어느 순간부터 악역 연기가 패턴화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오히려 엔딩에 갑자기 무너지는 느낌이 있지만 그건 스토리 전개 탓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곽도원의 절제된 듯한 미친 카리스마는 '미션 임파서블 3'의 악당인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겹칠 정도로 우아하면서도 절대악의 아우라를 풍겼고, 주지훈 역시 정말 속에 폭발적인 감정선을 가진 잘생겼는데 연기도 탁월하게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에 또다시 확신을 줬다. 물론 주지훈 역시 안좋은 시나리오 때문에 어이없는 대사를 내뱉어서 어이없게 웃게 만드는 것까지 구제할 수는 없었다.



역대급인 좋은 배우들, 좋은 소재를 잘 만들었다면 '신세계'나 '무간도'가 탄생했을텐데, 이렇게 어이없게 망작으로 만들어놓은게 아쉬움을 넘어서서 화도 나고 슬플 정도이다.



아수라 (Asura : The City of Madness, 2016)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매거진의 이전글 더 샌드, 성인영화에 버금가는 최강 수위의 15세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