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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l 06. 2019

[스타트업 코칭일기] 만들고 싶은거 만들면 안팔린다

스타트업, 창업, 코칭, 육성, 알렉스넷

페북 광고 하나가 떴는데 불현듯 수개월전 알렉스넷 육성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며 상담을 요청한 중소기업 하나가 떠올랐다. 특수 목적의 특수 시장을 타겟으로 한 B2C 제품을 개발한 업체였는데, 제품력과 기술력도 뛰어났고 시장과 고객 역시 현재 제한된 시장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품 스펙을 조정하고 거기에 합당한 가격을 설정해서 브랜드이미지를 다시 만들어 시장에 키메세지만 제대로 전달하면 확실히 승산이 보였다. 지금까지 개발한 과정을 보니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도 있었다.


창업가와 창업멤버, 주요멤버들 모두 나이가 많으셨고 그래서인지 회사분위기와 제품 마케팅까지도 올드한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중소기업 이미지를 스타트업으로 재포장하고, 제품 디자인 자체는 다행히도 나쁘지 않아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거둬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창업가부터 주요멤버들까지 어르신들께서 자꾸 '상품'이 아니라 '제품'을 만들려고 하셨다. 바꿔말해서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셨지,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 결과물은 불필요하게 고스펙과 고퀄러티였다. 당연히 가격은 높고. 이 분들은 가격이 매우 싸다고 생각하고 계셨는데, 제품 품질 기준으로 글로벌 기업의 프리미엄 제품 수준을 갖고 있지만 그 제품 보다는 절반 가격이라는 논리셨다. 실제 듣보잡 브랜드에 시장까지 넓히고 싶으시다면서 그동안 개발한 제품 디자인은 프리미엄 보다는 대중성을 추구하셨고, 당연히 경쟁시장은 중저가임에도 말이다. 문제는 중저가 시장에선 가장 비싼 제품이었고 그 시장에서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고객은 노년층이라 그 디자인과 성능, 사용성이 적합하지 않았다. 상담내내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상담이 끝나고 우리가 제공할 코칭과 네트워킹에 대해 소개했는데, 유료로 진행한다고 하니 갑자기 태도가 변하시더라~ 코칭과 컨설팅 거기에 투자 지원 연결, 하다못해 유통망 소개도 있었는데 말이다. 결국에 원했던 것은 다른건 다 건드릴 생각도 없고 우리가 무료로 투자 연결과 유통망 소개를 해주길 원하셨던거다. 사회생활 안해봐서 잘 모르는 청년 스타트업이야 그럴 수 있다해도, 이미 대기업 포함 사회생활 연차 20년-25년 되신 분들이 그런 말씀하셔서 당혹스러웠다. (프로끼리 이러시면 안되죠... ㅠ.ㅠ) 암튼 그래서 상담 2시간으로 종료...


그런데 오늘 그 회사에서 중저가시장 내 경쟁사라면서 같은 시장내에 있는 업체이긴 하지만 기본이 안된 제품이라 경쟁사라고 말하기도 싫다고 하시던 회사의 제품이 대대적으로 SNS 광고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는 그 사이 디자인과 가격을 한번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메세지도 정확히 꽂히도록 다듬었더라. 갑자기 생각나서 상담했던 회사의 제품을 검색했는데 여전히 판매처도 많지 않고 가격은.... 아... 여기 제품보다 4배가 비싸다... 거기 제품은 상품평도 가격 대비 좋다는 평이 주류~ 여기 제품은... 각 사이트마다 아예 상품평이 없다...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 아....... -ㅡ;;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찾아보면 이미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즐비하다. 그런데 "왜 안팔릴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가장 흔한 핑계로 말하는게 마케팅이 안되어서 그런거란다. 사람들이 알기만 하면 잘팔릴거라고 믿고 있다. 재미있는건 그런 사람들 대부분 한창 제품, 서비스 개발할 때 비즈니스와 마케팅 코칭이나 컨설팅을 하면 반대로 이야기했었다. 제품과 서비스가 뛰어나면 잘 팔리거라면서 그 때는 사업모델과 마케팅을 무시하고 제품, 서비스 개발에만 올인했었다. 가장 기본적인 시장과 고객조사 역시 대충하고. 그런데 정작 안팔리면 마케팅 핑계를 댄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어이가 없다.



안팔리는 신기하고 재밌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 역시 당연히 대박날 줄 알고 만든거다. 바꿔말하면 신기하고 재밌다는게 사업아이템 기준은 아니라는거다. 사업아이템이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돈도 못버는 사업아이템은 '사업'자를 붙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아이디어 아이템'이다. 스타트업 한다고 하면서 그냥 자기가 좋아서 혹은 하고 싶어서 이런 거 만드는 경우가 정말 너무 무지 엄청 흔하다. 이 정도되면 사업이란 이름을 앞세운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다.



이렇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어차피 선택은 자기몫이고 더구나 하고 싶은거 하려고 창업과 사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니 상관없다. 단지 그렇게 하면서 돈이 안될 것 같다고 혹은 돈이 안된다고 억울해하지 말라는거다. 사업으로 돈을 버는 건 철저히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맞춰야만 한다. 그럴 생각 없으면 그냥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 그 재미만 기대해라. 사고 싶지 않은 제품, 서비스 자꾸 억지로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그건 서로 스트레스다.



그래서 코칭이나 컨설팅할 때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면, 그냥 솔직히 대놓고 물어본다. 사업으로 돈을 벌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그 보단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건지! 개인의 취미생활까지 온갖 열의를 다해서 도와줄 생각은 없다. 내 역할에 그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저 하고 싶은 일하는 방향에 대해서만 박수나 응원 정도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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