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스포일러)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영화리뷰,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팀 버튼스러운 악취미가 살짝 살아있는 기괴한 동화 (평점 7/10)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라는 영화를 팀 버튼 감독이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간략한 시놉을 접하고서는 바로 떠오른게 '팀 버튼 색깔이 입혀진 기괴한 동화 분위기의 엑스맨'이 아닐까 싶었다. 예상이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소설 내용 자체가 (영화를 위해 스토리를 많이 고친게 아니라면) 딱 팀 버튼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만큼 그가 선호하고 익숙한 이야기거리였던 것이다. 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초능력을 가진 그래서 소수로 밀려나 세상에서 피해서 사는 아이들 이야기라는 점에서 엑스맨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엑스맨처럼 과감하게 나서지도 않는다는거다. 너무 어린 캐릭터들이라서 (타임루프에 수십년째 갇혀있어서 정신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외모는) 엑스맨처럼 과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인공만 가지고 있다는 능력 때문에 막상 화끈하게 악당들과 싸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엑스맨 보다는 기괴한 분위기의 동화에 가깝다. 솔직히 흑백사진으로 보면 하나하나 캐릭터들이 기괴함을 넘어서서 무섭기까지 하다. 그런 캐릭터들을 팀 버튼이 다듬어서 사랑스럽게 다듬어놓았지만, 팀 버튼이 젊었던 시절 악취미적인 성인 동화를 만들던 끼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아주 살짝 살짝 곳곳에 뿌려놓는다. 최근 팀 버튼 영화들이 스타일만 남아있고 개성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던 차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가울 정도로는 남아있다.
솔직히 영화는 전반적으로 재밌다고 말하기에 모자란 부분이 있다. 꼭 필요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영화 초중반을 너무 느슨하게 연출하고 진행해서 졸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지루하다. 팀 버튼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스토리가 아니면 영상으로 내내 관객을 휘둘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중반까지 둘 다 누르고 누르고 만든 것처럼 호흡이 길다. 그렇다고 각 캐릭터들의 사연을 제대로 풀어놓는 것도 아니고 기둥스토리를 너무 느리게 진행한다. 후반부가 되면 뒤늦게 속도가 붙는데 여기는 오히려 너무 진행이 빨라서 화면이나 이야기를 쫓기에 정신 없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타임루프'라는 설정이 꽤 중요한데 그 복잡한 설정을 이용하게 되는 후반부이니 오히려 여기서는 속도를 줄이는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밸런스가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다. 성인용도 아동용도 아니게 어중간하게 수위가 맞춰진 것도 아쉽다.
하지만 악동기질의 악취미적 성인동화를 만들던 팀 버튼이 순둥이가 된 줄 알았는데 아직 그 기질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감독 팀 버튼
출연 에바 그린, 사무엘 L. 잭슨, 아사 버터필드, 엘라 퍼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