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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Nov 02. 2019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제출하는 모범생의 A+레포트

(노 스포일러)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리뷰, 영화평, 신작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제출하는 모범생의 A+레포트 (평점 8/10)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보고 멘붕...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애매함과 딱히 지적질 할 것도 없지만 딱히 기억에 남을만한 포인트도 없어서 말이다. 터미네이터 1, 2편 이후 나온 3, 4, 5편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뒷전으로 하더라도 명확한 자기 색깔도 있었고 기억에 선명히 남는 몇몇 장면이나 지점이 있었는데, 중간 3편을 날려버리고 2편에서 이어지는 진정한 3편이라 공식 선언하고 터미네이터 1, 2편을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인증을 받았지만 오히려 영화 자체의 개성은 전무한 무색무취다. 중간 3편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라기 보다는 터미네이터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팬픽’ 느낌이었다면, 이번 다크 페이트는 확실히 터미네이터 3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리즈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시작부터 초반부 내내 과연 이번 편도 아니지 않을까 의심하는 관객의 목을 확실히 비틀어잡고 미친듯이 질질 끌고 나간다. 문제는 중반 이후다. 분명히 진짜 터미네이터 3편이 맞긴 한데, 터미네이터 1, 2편에서 모든 걸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3편이라기 보다 1, 2편 짜깁기처럼 느껴진다. 터미네이터 3편인지 터미네이터 1, 2편 리메이크인지 머릿속에 혼선이... 보는내내 터미네이터 1, 2편이 떠오르고 다시 1, 2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 다했다. 그리고 모든 걸 다시 터미네이터 1편과 같은 상황의 엔딩으로 돌려놓아 시리즈 전체를 리셋 시켜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도 이상하지 않게 만들어놓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터미네이터 창시자 제임스 카메론 교수님께 잘배운 모범생 팀 밀러 감독이 교수님께 평가 잘 받기 위해서 쓴 A+짜리 레포트 같다. 딱히 지적질 할 것도 없고 시킨대로 다 되어 있어서 점수는 잘 받았을 지 모르지만, “그래서 니 생각은 뭔데?” 묻고 싶어지는 그런 개성 없는 레포트 말이다. 중간에 나왔던 3편이 교수님 시키는대로 안하고 젊은 혈기로 치기어린 시도를 해서 욕먹고 점수도 못받은 걸 본 모범생이 만든 듯. 대신 앞선 3편은 욕은 먹었지만 선명한 개성은 살아있었지만, 이번 다크 페이트는 개성이 없어서 기억에 남을만한 구석이 없다.



아~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 목덜미 붙잡고 이리저리 죽어라 휘두르면서 힘차게 끌고 나가는 호러풍(?) 액션은 과연 터미네이터 1, 2편을 제대로 이어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동시에 최근 수년 동안 나온 영화 속 액션들을 알콩달콩 애들 장난 같이 보이게 만든다.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도 이 정도면 몇몇 무리수가 있음에도 전체흐름을 방해할 정도도 아니었고. 덕분에 중반부 설명을 위해 살짝 늘어지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긴장감도 탄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정말 재미 있는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 너무나 깔끔하게 머릿 속도 리셋 시켜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 내가 뭘 본 거지? 뭘 봤나? 싶게 말이다.



* CGV 왕십리에서 아이맥스로 봤는데, 아이맥스 화면비로 특별히 보여지는 부분이 명확하지도 않고 그걸 고려해서 만든 듯하지도 않다. 그저 아이맥스 특유의 큰 스크린에서 박력있는 사운드로 본다는 정도만의 의미가 있다. 몇몇 액션 장면들은 속도도 빠르고 근접전이라 아이맥스 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큰 스크린으로 전체를 조망해서 봐야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맥스라서 오히려 파악이 잘안된다. 그래서 일반관에서 재관람할 예정이다.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Terminator : Dark Fate , 2019)

감독 팀 밀러

출연 맥켄지 데이비스, 아놀드 슈왈제네거, 린다 해밀턴, 나탈리아 레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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