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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13. 2020

저주 받은 걸작?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쉽 트루퍼스, 폴 버호벤, SF액션

개인적으로 저주 받은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가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타쉽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 1997)다. R등급, 즉 성인영화 등급으로 어떤 제약 없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담은 SF(호러)액션영화다. SF장르가 장르 특성상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매트릭스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블록버스터급 SF영화들은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의 다 청소년 관람가 등급 이하로 내려갔다. 사실 SF영화의 황금기인 80년대와 90년대는 성인등급이 많았다. 그만큼 내용도 깊고 화끈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서 SF액션영화들이나 SF는 아니지만 코믹북 원작을 비롯 (과학적 배경이 없으니) 그냥 판타지 영화 장르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들 대부분이 말랑말랑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지만 극장 흥행은 애매했다. 이후 2편과 3편도 나오고 3D 애니메이션 버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파생되었지만, 매니아용 소품에 가까웠고 당연히 극장개봉용이 아니라 홈비디오나 DVD시장용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 로보캅과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 그리고 개봉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쇼걸까지 네덜란드에서 헐리우드로 진출해서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전세계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이다. 쇼걸에 이어 이 영화까지 흥행에 실패해서 이후 다시 예전처럼 고국으로 돌아가 소규모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데뷔 초기부터 전성기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간 본능을 날카롭고 시니컬하게 비웃으면서도 볼거리와 재미를 호러 스릴러 영화 작문법으로 만들어내는 최고의 감독 중 하나다. 대중용 블록버스터로 나왔지만 스타쉽 트루퍼스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가 되는 매니아용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폴 버호벤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의 종합판이자 완결판에 가깝다. 자세한 영화 리뷰를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서 영화 자체에 대한 분석은 생략하겠다. 하지만 지금 봐도 영화 자체가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오면서 관객 숨통을 끊어놓는 긴박감과 압박감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중간중간 피식거리게 만드는 시니컬한 유머와 메세지까지 더해지면 시간은 타임워프한 것처럼 흐른다. 중반부 워낙 강력한 액션장면들이 연속으로 나와서 상대적으로 엔딩이 약하게 느껴지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스토리 전개상 다르게 가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동명소설이 원작이고 영화가 너무 좋아서 원작소설도 읽었는데, 소설도 재미있다. 소설과 영화는 꽤 많은 부분이 다른데 소설을 영화에 맞춰 잘 변형했다.




디즈니와 마블이 중심이 되어 주류 블록버스터 영화 흐름이 뭔가 더 보여줄듯 나갈듯 하다가 그냥 말랑말랑하게 끝나버리는 청소년 수준으로 1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싱겁고 질린다. 다시 이런 영화들이 과감하게 나와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제작비 대비 흥행이라는 상업성 문제로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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